박노석 역전쇼 3년 만에 헹가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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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석이 형, 우리 함께 미국서 뜁시다."

1997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벌어진 월드컵 골프대회에 한국대표로 출전했던 최경주(33.슈페리어)는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았던 박노석(36.P&Tel)에게 심각한 말투로 제안했다.

기왕 골프를 할 바엔 세계 정상급 프로들이 몰려드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에서 당당히 어깨를 겨뤄보자는 뜻이었다.

"미국은 너나 뛰어라. 난 국내 무대에서 열심히 하련다."

당시 SK텔레콤 클래식 오픈과 슈페리어 오픈에서 우승하며 승승장구하던 박노석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뒤 최경주는 2000년 PGA 투어에서 2승을 거둔 세계 정상급 프로로 성장했다. 반면 박노석은 그동안 부상에 시달리며 국내 무대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런 점에서 21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 골프장(파72.6천3백29m)에서 끝난 삼성증권배 제46회 한국프로골프선수권대회는 박노석에게 뜻깊은 무대였다.

최종 4라운드 16번홀까지 김종덕(42.리빙토이)에게 1타차로 뒤졌던 박노석은 17번홀 버디에 이어 18번홀에서 파세이브에 성공해 마지막 홀에서 통한의 보기를 범한 김종덕을 1타차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합계 7언더파 2백9타.

2000년 이 대회 우승 이후 3년 만에 정상에 복귀한 박노석은 우승상금 1억1천만원을 받아 올시즌 상금랭킹에서도 3위로 뛰어 올랐다.

전남 장흥 출신의 박노석은 20세 때 무작정 상경해 골프연습장에서 일하다 프로골퍼가 된 입지전적인 선수. 1m65㎝의 작은 키에 독학으로 골프를 익혔지만 장타 실력이 돋보인다.

상금랭킹 1위 정준(33.캘러웨이)이 합계 4언더파 2백12타로 3위, 신용진(39.LG패션)은 3언더파로 4위에 올랐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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