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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맨' 없었으면 라이언 고슬링의 '라라랜드'도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닐 암스트롱의 달 탐사 프로젝트를 담은 데미언 차젤 감독의 영화 '퍼스트맨'. [AP=연합뉴스]

닐 암스트롱의 달 탐사 프로젝트를 담은 데미언 차젤 감독의 영화 '퍼스트맨'. [AP=연합뉴스]

‘그래비티’ ‘인터스텔라’에 이은 우주 영화다. 미국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1930~2012)의 인류 최초 달 탐사 프로젝트를 담은 영화 ‘퍼스트맨’이 18일 개봉한다. 음악영화 ‘라라랜드’로 지난해 아카데미영화제 역대 최연소 감독상을 거머쥔 데미언 차젤(33)이 전작의 주연배우 라이언 고슬링과 다시 뭉쳤다.

'라라랜드' 데미언 차젤 감독·라이언 고슬링 #닐 암스트롱 다룬 '퍼스트맨'서 다시 뭉쳐 #인류 최초 달 착륙 프로젝트 뒷이야기 조명 #"1960년대 우주비행사 관점으로 우주 표현"

영화는 1969년 7월 20일 암스트롱이 달에 첫 발자국을 남기기까지 8년여간, 격렬했던 미‧소 우주 개발 경쟁 시대를 비춘다. 이를 무대로,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려 명성에 비해 알려진 사실이 거의 없던 이 미지의 인물의 내면을 파고든다.

'퍼스트맨' 촬영장에서 데미언 차젤 감독(가운데)의 모습. "철저히 1960년대 NASA 우주비행사의 관점으로 우주를 표현하고 싶었다"는 그는 "관객이 이 영화를 다큐멘터리처럼 느끼길 바라, NASA 내부 장면에서 실제 NASA 직원들을 대거 출연시켰다"고 했다. [사진 UPI코리아]

'퍼스트맨' 촬영장에서 데미언 차젤 감독(가운데)의 모습. "철저히 1960년대 NASA 우주비행사의 관점으로 우주를 표현하고 싶었다"는 그는 "관객이 이 영화를 다큐멘터리처럼 느끼길 바라, NASA 내부 장면에서 실제 NASA 직원들을 대거 출연시켰다"고 했다. [사진 UPI코리아]

차젤 감독은 온전히 당시 NASA(미국항공우주국) 우주비행사들이 체험한 우주를 스크린에 옮겨냈다. 요즘 흔히 쓰는 스마트폰보다 훨씬 성능이 떨어지는 구식 컴퓨터에 우주선과 목숨을 걸어야 했던 49년 전 모습 그대로 말이다. 항공우주기술역사학자 제임스 R 핸슨이 생전 암스트롱에게 유일하게 인정받고 펴낸 동명 전기가 토대가 됐다. NASA가 영화 제작에 깊이 관여했다.

차젤 감독이 이 영화에 합류한 건 3년 전 상업 데뷔작 ‘위플래쉬’를 끝내고 ‘라라랜드’에 막 착수하려던 시기. 그는 “원작 판권을 보유한 제작사와 우연히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나도 모르게 푹 빠졌다”면서 “사실 닐 암스트롱이나 아폴로 우주선에 대해선 역사적인 성공담이란 것 외엔 아는 바가 없었다. 그런데 원작의 백과사전급 정보를 통해 인간을 달에 보냈다는 기술이 얼마나 허술했는지, 이들이 얼마나 큰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했는지 알게 됐다. 그때의 우주선은 깡통 통조림, 시체를 담는 관과 다를 바 없었다”고 했다. 또 “관객이 1960년대 우주선을 타고 우주 공간에 뚝 떨어진 듯이 영화를 다큐멘터리처럼 느끼길 바랐다”면서 “닐 암스트롱의 가족과 우주비행사들을 만나고, 휴스턴의 나사 우주센터, 에드워드 공군기지 등을 방문하며 영화에 넣을 수 있는 재료의 마지막 한 조각까지 흡수했다”고 돌이켰다.

1969년 실제 달 착륙 당시 닐 암스트롱 자료 사진. [중앙포토]

1969년 실제 달 착륙 당시 닐 암스트롱 자료 사진. [중앙포토]

총괄 프로듀서인 애덤 메림스에 따르면 암스트롱이 탑승한 아폴로 11호 우주선은 지름이 약 3m였다. 그 비좁은 우주선에 성인 남자 셋이 일주일간 갇혀있었던 갑갑함과 공포는 실물 크기 우주선 세트에 설치된 16mm 카메라를 통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겼다.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진입할 때의 광활한 풍광은 NASA가 제공한 실제 기록영상을 활용했다고 한다. 밀실 같은 우주선에서 달로 내려서는 장면은 65mm 아이맥스 카메라로 바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라라랜드’에 이어 함께한 라이너스 산드그렌 촬영감독에 따르면, 이 카메라는 현재 이용 가능한 촬영기술 중 가장 광활한 화면을 포착할 수 있다.

영화는 달에 첫발을 내뎌야 하는 부담을 짊어졌던 암스트롱과 그 가족이 껴안아야 했던 고뇌를 입체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기존 SF 영화들과 차별화된다. 우주 개척을 위해 과학지식을 다투던 우주비행사들은 집으로 돌아가면 아이와 놀아주고 아내와 함께하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리곤 다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를 출근길에 나섰다. 멀게만 보였던 일상과 우주의 간극은 스토리가 전개됨에 따라 점차 하나의 비극으로 겹쳐져 간다. 특히 어린 딸을 잃은 암스트롱의 고통은 그가 달에 착륙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한다.

우주에 달이 있다면 지구엔 가족이 있다. '퍼스트맨'은 일상과 우주라는 엄청난 간극 속에 살았던 닐 암스트롱의 삶에서 가족을 비중 있게 그린다. 배우 클레어 포이가 암스트롱의 곁에서 가족의 중심을 지키는 아내 자넷 역을 뺴어나게 연기했다. [사진 UPI코리아]

우주에 달이 있다면 지구엔 가족이 있다. '퍼스트맨'은 일상과 우주라는 엄청난 간극 속에 살았던 닐 암스트롱의 삶에서 가족을 비중 있게 그린다. 배우 클레어 포이가 암스트롱의 곁에서 가족의 중심을 지키는 아내 자넷 역을 뺴어나게 연기했다. [사진 UPI코리아]

차젤 감독은 무엇보다 이 영화를 지탱한 건 라이언 고슬링이라 강조했다. 그는 “보통 사람은 엄두도 못 낼 미션이었지만, 암스트롱에겐 ‘일’이었고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그의 겸손함과 묵묵함까지 깊이 있게 연기해줄 단 한명의 배우는 라이언뿐이었다”면서 “‘퍼스트맨’ 캐스팅 제의를 하려고 라이언과 만난 첫날 우리의 대화는 어찌 된 일인지 ‘사랑은 비를 타고’의 진 켈리를 거쳐 당시 제작 착수 단계이던 ‘라라랜드’로 이어졌고 '라라랜드'에까지 그를 캐스팅하게 됐다”고 했다.

뮤지컬에 대한 라이언 고슬링의 관심은 이번 영화 속 암스트롱 캐릭터에도 음악적인 숨결을 불어넣었다. 차젤 감독은 “라이언은 암스트롱이 실제 아폴로 11호에서 들었던 곡 ‘달의 노래(Lunar Rhapsody)’가 테레민(세계 최초 전자악기)으로 연주된 버전을 찾아내 들려주며 영화에 영감을 줬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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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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