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 9일째 맞는「현대태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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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 현대그룹 노조원 테러사건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가 9일째를 맞고 있으나 범인들의 테러동기, 회사와 경찰의 개입, 소극적 대응등 중요한 의문점들이 풀리지 않고 있다. 물론 검찰은 한유동 전무 (50) 이윤섭씨 (38) 등 범인들의 구속 만기일인 2월4일까지 수사를 계속, 공권력과 현대그룹 고위층 개입여부등 항간의 의혹을 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 전무 등이 사후 형사처벌이 불을 보듯 훤한데도 노조원 폭행이라는 「명백한 범죄」를 강행하면서 까지 얻으려고 했던 테러의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금까지 밝혀진 사건개요 만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결국 한 전무 등이 어떤 목적으로 이번 범행을 저질렀는가를 밝히는 것이 회사 고위층의 개입여부, 사건 전후 경찰의 개입, 소극적 대처 등 의문점이 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테러의 목적=지난해 발생한 현대건설 노조설립 추진위원장 납치 사건의 경우엔 발기인 10명 가운데 유일하게 노조설립 포기 각서 제출을 거부하던 서정의씨(38)를 납치해 감금, 포기 각서를 받아 내겠다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테러는 온건파를 축출하고 파업을 강행한 현대중공업 노조의 강경파 대의원들이 아닌 현대중전기 노조원들과 현대그룹 해고자 복직 실천협의회 (현해협) 관계자들이 피해자라는 사실과 노조 대의원들에 대한 테러가 중립적인 노조원들을 자극할 것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이번 테러의 목적이 분명치 않다는 지적이다.
노조 전문가인 한 전무·「제임스·리」등이 파업이 장기화 되고있는 현대 중공업· 엔진의 조업 정상화를 위해 노조 대의원들을 폭행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될 수 없는 부분이다.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가 지난 5일 이원건씨 등 강경파 대의원들로 바뀌면서 일부 대의원들의 조업방해 행위가 잇따르자 정몽준 현대중공업 회장이 경남도경에 『공권력을 투입하더라도 이들을 검거 해 달라』 고 요청했으나 경찰이 회사 안에서 이들을 검거할 경우 생길 노조원들의 반발을 의식, 회사 밖에서 잡겠다는 입장을 밝힌 사실이 있다.
또 테러범들이 석남산장에서 중공업 노조 대의원들을 찾으려고 했던 사실 등으로 미루어 볼 때 테러범들이 업무방해 혐의로 수배중인 현대중공업 강경파 대의원 등 39명을 직접 붙잡아 경찰에 넘기기 위해 산장과 현해협을 습격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우남산장 수련회에는 수배중인 중공업의 강경파 대의원과 현대 측이 노조 측의 배후세력으로 지목하는 울산지역 사회 선교협의회 회원 등 1백여명이 참석하는 연합집회로 열릴 예정이었고 사건당일 중공업의 고위간부가 경찰에 『수배자 검거를 위해 우남산장에 함께 가자』고 연락했다는 점등으로 미루어 수배자 검거가 1차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또 『만약 당초 예정대로 석남산장 수련회 참석자가 1백여 명이었을 경우 숫적으로 열세한 범인들이 먼저 폭력사태를 일으킨 뒤 폭행을 당하는 결과를 만들어 경찰에 연락, 강경파 노조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게 할 계산도 숨어 있는 것 갈다』 는 주장도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경찰의 미온적 대처=테러사건 당일 울산경찰서 상황실장 김용갑 경정(당시 정보과장) 은 상북지서장으로부터 번호 판을 가린 차량을 적발했다는 보고를 받고 이윤섭씨와 통화, 범인 차량들의 통과를 지시해 놓고도 곧바로 전 직원을 비상소집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조치를 한 사실도 밝혀졌다.
석남산장 집회를 모를 리 없는 김 당시 정보과장이 충돌을 막으려 했다면 차량통과를 막거나 비상 소집된 형사기동대 등 병력을 산장으로 보냈어야하는데도 실제로 경찰병력은 범인들이 범행 후 상북지서 앞을 지나 되돌아간 뒤에 도착, 지서에만 머무르다 그대로 경찰서로 돌아가 버렸다.
만약 경찰이 석남산장으로 곧바로 출동, 테러사건을 확인, 지서에 차량번호를 적어놓은 범행 차량들을 곧바로 수배했으면 현해협의 테러는 막을 수도 있었다.
또 톄러발생 하루전과 다음날 경남도경이 1백50여명의 형사기동대와 전경 6개 중대를 울산에 보낸 것도 회사측의 수배검거 및 조업 정상화 협쪼요청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결국 이번 테러는 현대중공업 조업 정상화를 위한 첫 단계인 수배자 검거에 노조원들과의 충돌을 예상한 경찰이 외곽경비를 막고 이윤섭씨등 행동대가 직접 「체포조」 로 활약하면서 생긴 불상사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울산=이상언· 유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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