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득주도 성장이 부르는 끝 모를 고용 침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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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5호 34면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고용 상황 얘기다. 어제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취업자는 전년 대비 4만5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폭이 올 2월부터 8개월 연속 10만 명을 밑돌고 있다. 지난해 매달 30만 명가량 늘었던 데 비하면 ‘고용 참사’ 수준이다. 올해 9월에는 소비재 생산과 유통 분야에 일자리가 늘어나는 추석 직전에 조사를 했는데도 결과가 빨간 불이다. 실업자는 9개월째 100만 명을 넘었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도소매·숙박·음식업 등에서 일자리 31만6000개가 날아갔다. 생산과 소비의 중추 역할을 해야 할 30~40대 취업자는 1년 새 22만7000명 감소했다.

급해진 정부는  “청와대의 지시”라며 임시직 인턴을 많이 뽑으라고 공공기관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땜질 처방만으로는 ‘일자리 통계 분식’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오죽하면 소득주도 성장이 아니라 ‘통계주도 성장’이냐는 조롱까지 받겠는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방법은 정부도 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이라며 “정부는 맞춤형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다. 규제를 개선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며, 경영권을 흔드는 외압을 포기해야 기업들이 연구개발과 투자에 힘을 쏟고 일자리가 생긴다. 그러잖아도 미·중 무역전쟁과 유가 상승, 신흥국에서의 자본유출 등 대외 여건이 불투명한 요즘이다. 기업들은 잔뜩 움츠리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투자하려는 마음을 어떻게 북돋울지 고민해야 한다.

더불어 자영업의 고용 대란을 일으키는 최저임금 제도도 손질해야 한다. 상승 속도를 조절하고, 업종별·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게 필요하다. 나아가 하루빨리 소득주도 성장 기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는 지금 고용 상황이 “경제 전환기에 수반되는 진통”이라지만 말장난에 불과하다. 오히려 장기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드는 단말마의 고통이 시작되고 있다.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고집하는 한 고용은 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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