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자리 부풀리려 산하기관에 두 달짜리 알바 채용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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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가 산하기관과 공기업 등을 통해 두 달짜리 단기 임시직 채용을 늘려 ‘일자리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당 “25곳에 할당” 의혹 제기 #유영민 장관 “지표 개선용 아니다”

10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고용지표 개선을 위해 25개 출연연구기관에 할당 방식으로 두 달짜리 단기 아르바이트를 채용하기에 이르렀다”며 “정부의 비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확인해본 결과 전체적으로 고용지표가 굉장히 좋지 않아 단기 임시직이라도 수요가 있다면 정부에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부적인 논의가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어느 부처 할 것 없이 고민하듯 우리도 고민을 한 것”이라며 “고용지표를 단기적으로 올리거나 하는 등의 목적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담당 국장인 과기정통부 이창준 국장도 “채용을 계획하고 있으나 지침이 내려온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런 논란을 자초한 것은 기획재정부가 최근 공공기관에 발송한 ‘2017·2018년 단기 일자리 실적 및 계획’ 조사표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단기 일자리 채용 실적과 올해 같은 기간의 실적 및 채용 계획을 제출하게 돼 있다. 부서별 담당자·연락처를 기재하고 채용 확대가 어려울 경우 그 사유도 작성하라고 안내했다. 지난해와 비교한 올해 채용 실적이 나쁘면 정부가 직접 압박에 나서겠다는 오해를 사는 부분이다.

기재부는 이와 함께 별도의 업무연락방을 통해 ‘긴급’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공공기관에 작성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단순한 일자리 수요 조사와 업무 협조 차원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공교롭게도 공공기관의 협조가 이어지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500명, 인천공항공사는 1000명, 한국공항공사는 200여 명 등 여러 공공기관이 단기 임시직 채용을 보고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공기관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려는 단기 처방보다는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 활성화 등을 통해 민간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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