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 민주 '내각제 연대'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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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국이 신(新) 4당 체제로 재편되자마자 내각제 개헌 문제가 고개를 들려 하고 있다.

새로운 구도안에서의 여러 합종연횡과 이에 따른 혼돈상황의 신호탄인 셈이다. 개헌론은 지난 19일 민주당 김상현(金相賢)고문이 "한나라당과 민주당만 갖고도 개헌선을 훨씬 넘는다.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에 불안이 느껴지면 개헌을 통해 내각제를 하자고 할 수도 있다"고 운을 띄우면서 부상하기 시작했다.

이미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총무는 盧대통령의 사실상 신당 지지 발언에 대해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선 내각제 개헌을 고려해 보는 게 어떠냐"는 역제의를 한 바 있다.

물론 양당이 내각제를 당장 추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율사 출신인 한나라당 오세훈(吳世勳)의원은 "개헌안의 국회 통과와 국민투표까지는 4개월 정도가 필요하다"며 "내각제에 대한 국민 지지 여론이 50%를 넘긴 적이 없고, 총선을 6개월 남긴 상황에선 개헌이 불가능하다"고 잘라말했다.

그럼에도 개헌론이 주목받는 이유는 내각제를 고리로 한 '거대 야당과 법적 여당'의 연대 가능성 때문이다.

양당이 정책 공조를 가시화하게 되면 파병안.특검 등의 정치 관련 현안은 물론 예산안.국정과제와 관련한 법안 등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청와대와 신당 입장에선 정상적 국정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신당의 핵심인 천정배(千正培)의원은 "개혁세력임을 자임하는 민주당이 한순간에 표변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합쳐 내각제 개헌이나, 그보다 더한 일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해 민주당을 중립지대로 옮겨놓으려 했다.

나아가 김근태 신당 원내대표는 "정치적 노선에선 (민주당과 신당이)근본적으로 하나이자 형제"라며 "총선 전 대연합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나 신당 내부에는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공조해 내각제 개헌을 추진해 나간다면 오히려 민주당의 정체성이 희석돼 신당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혹 신당을 뺀 나머지당이 내각제를 총선 이슈로 내세울 경우 지역주의 연합으로 비춰질 것"이라며 "오히려 대립구도가 더욱 선명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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