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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4명 중 1명 내일채움공제 중도해지 “중기 근로조건 열악한데 장기근속 쉽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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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청년에게 중소기업 취업과 장기근속을 유도하려고 정부가 운용 중인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한 청년 4명 가운데 한 명은 중도에 해지하는 등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공제 제도는 청년이 중소기업에 신규 취업해 2년 이상 근무하면 최대 3000만원(3년 근무)까지 목돈을 만들어 주는 제도다. 예컨대 청년이 중소기업에서 2년간 일하면서 300만원을 적립하면 정부가 900만원, 기업이 400만원을 추가로 부어 1600만원을 쥐여 주는 형태다.

근속 땐 목돈 마련해주는 제도 #작년 중도해지 지원금만 145억

신보라(자유한국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했다가 중도에 해지한 건수는 9295건이나 됐다. 전체 청약 가입자 4만170명 중 23.1%다. 중도해지 지원금만 144억6000여만원이었다.

올해 들어서도 8월 말 현재 4460건이 중도해지한 것으로 나타나 2016년 중도해지 건수(1970건)의 두 배를 넘어섰다.

신 의원은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은 열악한 근로조건 때문에 이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직하면 지원이 중단되는 등 요건이 까다로워 청년들이 골고루 혜택을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때문에 입사 뒤 1개월 안에 가입토록 한 조건을 3개월로 늘려 충분한 회사 탐색기간을 거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3개월 내 이직하면 가입 자격을 주는 셈이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서 이런 제도개선으로 청년의 중소기업 장기근속을 유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취업포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활용해 중소기업에 취업할 의사가 있다는 청년은 86.6%였다.

그러나 정부 지원이 중단돼도 계속 근무할 생각이 있다는 청년은 27.6%뿐이었다. 역으로 2~3년 근무한 뒤 목돈이 마련되면 회사를 그만둘 수 있다는 뜻이다. 신 의원은 “장기근속을 유도하려면 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지원금이 끊기면 회사를 그만두는 엉뚱한 효과를 내는 임시방편으로는 중소기업 구직난과 청년실업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중소기업에선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임금 부풀리기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채용 공고를 내면서 청년내일채움공제의 지원금을 합한 금액을 연봉인 것처럼 표기하는 식이다.

국회 예선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은 당초 본예산 476억원에다 추경으로 233억원을 더 편성해 709억원을 확보했지만 집행은 절반도 안 되는 314억원에 그쳤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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