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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의 사이언스&] SF영화 속 소행성·혜성은 21세기 지구인의 진짜 공포 담은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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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소행성은 우주 관련 기업들에겐 투자의 대상으로 간주되지만, 그외 21세기를 사는 평범한 지구인들에겐 실재하는 공포의 대상이다.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 부근 23㎞ 상공에서 폭발한 소행성은 지름이 18 m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충격파로 15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아야 했다. 소행성과 혜성 등 근지구천체의 이야기를 담은 책 『우주의 여행자』(2016)의 저자 도널드 여맨스는 “첼랴빈스크에 떨어진 것과 크기가 비슷한 소행성은 근지구공간에 1000만개가 넘으며, 평균 50년에 한 번 꼴로 지구에 충돌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

러시아 도시 쑥대밭 만든 소행성 #50년에 한 번 꼴로 지구로 떨어져

SF 영화 아마겟돈에서 주인공들이 소행성을 파괴하기 위해 우주로 떠나고 있다.

SF 영화 아마겟돈에서 주인공들이 소행성을 파괴하기 위해 우주로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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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개봉한 헐리우드 과학소설(SF) 영화 ‘아마겟돈’은 그런 인류의 공포를 스크린에 담았다. 영화에서는 텍사스 크기의 소행성이 초속 10㎞에 가까운 속도로 지구를 향해 돌진하다. 이대로 충돌할 경우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멸종할 수밖에 없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소행성의 표면에 구멍을 뚫고 그 속에 핵폭탄을 터뜨려 폭파하는 방법을 생각해 낸다. 세계 최고의 유정 굴착 전문가인 해리(브루스 윌리스 분)와 동료들은 두 대의 우주왕복선에 나눠타고 소행성을 향해 떠난다. 주인공 해리는 동료들의 죽음과 여러차례의 위기를 넘긴 끝에 결국 핵폭탄을 터뜨리는데 성공하지만, 결국 소행성과 함께 운명을 같이 한다.

조중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장은 “소행성은 공기가 없는 진공의 상태라 굴착을 통해 땅속에서 핵폭탄을 터뜨려야 제대로 파괴할 수 있다”면서도“영화에서처럼 텍사스 크기의 소행성이라면 핵폭탄을 동원하더라도 지구 충돌을 막을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딥임팩트는 혜성의 충돌을 그렸다. 지구에 떨어진 혜성 때문에 거대한 해일이 일어나 도시를 삼키는 장면.

딥임팩트는 혜성의 충돌을 그렸다. 지구에 떨어진 혜성 때문에 거대한 해일이 일어나 도시를 삼키는 장면.

아마겟돈과 같은 해 개봉한 영화 ‘딥임팩트’는 소행성(asteroid)이 아닌 혜성(comet)이 지구를 위협한다는 애기를 담았다. 영화에서는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의 존재를 미리 알아채고 우주선을 보내 파괴를 시도해보지만, 혜성은 두 조각으로 나눠지면서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 작은 조각의 혜성이 먼저 지구에 떨어져 거대한 해일이 도시를 삼킨다. 다른 큰 조각의 혜성도 시시각각 지구를 향해 돌진하지만 결국 영웅들의 활약으로 혜성이 지구를 비켜간다는 스토리다.

소행성이 암석으로 된 커다란 천체라면, 혜성은 암석과 먼지, 그리고 얼음과 같은 휘발성 성분이 섞인 형태다. 이 때문에 태양에 가까워지면 얼음이 기체로 변해 뿌연 구름을 형성한다. 또 태양으로부터 불어오는 입자의 바람인 태양풍으로 인해 먼지와 가스가 꼬리를 만들어 낸다. 소행성이든 혜성이든 지구를 위협에 빠뜨릴 수 있는 근지구천체라는 측면에서는 같은 존재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장은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1900~1944)가 쓴 동화책 『어린왕자』(1943)가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소행성은 인류에 막연히‘외로운 작은 별’수준이었지만, 1990년대 이후 지구 가까이에 수많은 소행성들이 계속 발견되면서 근지구천체에 대한 관측은 인류의 운명을 좌우하는 생존의 문제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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