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테러」지시 한전무 영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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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울산=김영수·허상천·김석현 기자】현대그룹의 노조원 연쇄습격사건은 지난 6일 정주영 명예회장이 소련출국에 앞서 중역들에게 『귀국 때까지 현대중공업 노사분규를 해결하라』고 한 말이 단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사건발생 3일전인 지난 5일 현대건설 부사장겸 현대 인력개발원장 도영회씨(47) 가 울산에 내려와 현장주동자인 재미교포 이윤섭씨(38)를 만났고 현대그룹기획조정실 인사담당이사였던 한유동씨(51)는 지난 4일 현대엔진 전무로 발령 받아 이씨 등과 조업정상화를 위해 범행을 사전 모의한 점등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있다.
현대근로자 피습사건을 수사중인 울산경찰서는 이에 따라 범행을 지시한 한전무가 그룹기획조정실 인사담당이사에서 현대엔진 전무로 소급 발령된 사실 등으로 미뤄 그룹개입을 은폐하려는 것으로 보고 그룹차원의 관련여부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11일 이와 함께 이번 사건이 한전무의 지시에 따라 청부를 맡은 재미교포 이씨가 노조대의원 10명과 함께 치밀한 계획을 세워 한전무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현금 3백만원과 무전기 5대를 지원 받아 저질러진 범행으로 밝혀내고 한전무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이씨 등 8명을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한씨는 『이씨와 함께 회사정상화방법을 의논하기 위해 5차례 만나 이씨의 제의에 따라 사전모의를 했으나 상부와는 관계가 없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한전무는 63년 현대건설에 입사, 80년 이후 소속사와 관계없이 분규가 있을 때마다 계열사를 옮겨다니며 노사문제를 조종해온 점도 밝혀졌다.
경찰은 또 현지의 현대중역들이 한전무가 무모한 공명심에서 범행을 강행했다고 말한 점과 행동책 이씨가 묵고 있던 울산시 전하동 산수장 여관에서 10일 안기부와 경찰이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안기부 이소장, 내일 대의원 간담회, 현대중공업 정상화 급선무, 울산경찰서 대공계장, 최대한 협조』 등이 적힌 메모 쪽지를 밝혀내고 관계기관의 묵인아래 범행이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다.
경찰은 또 도부사장이, 이씨와 자주 만나 이번 사건의 사후문제 등을 협의한 사실을 중시, 도부사장을 소환해 개입여부를 추궁하고 있으며 폭력배 등 제3의 배후세력이 동원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집중수사를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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