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양승태 서재서 USB 확보 …‘재판거래’ 핵심증거 나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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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양승태. [연합뉴스]

양승태. [연합뉴스]

검찰이 양승태(70·사진) 전 대법원장의 집 서재에서 이동식저장장치(USB)를 확보해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이 USB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재직하던 시절의 자료들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재직시절 자료 담긴 저장장치 2개 #검찰 “양승태 측에서 동의했다” #김명수 원장 춘천지법원장 때 #‘법원 비자금’ 흘러갔는지 “확인 중”

‘재판거래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달 30일 양 전 대법원장의 경기도 성남시 자택에서 문서파일 등이 저장된 USB 2개를 압수했다고 1일 밝혔다. 애초 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의 차량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압수수색을 허락했다. 검찰은 전날 “주거지만 빼고 차량 영장만 발부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며 반발했다. 이 때문에 서재까지 들어가 USB를 확보한 것에 대해 검찰이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참여인 등의 진술에 의해 압수할 물건이 다른 장소에 보관되어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 그 보관 장소를 압수수색할 수 있다’는 영장의 단서를 근거로 서재에 있던 저장장치를 압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 전 원장 측 변호사가 양 전 원장과 통화한 뒤 USB가 서재에 있으며 가지고 가도 된다고 진술서를 썼고, 이에 따라 집행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법조계에선 압수영장에 추가 단서 조항이 붙은 것이 이례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의 USB는 향후 수사의 중대한 단서가 될 수도 있다. 지난 7월 검찰이 확보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에서는 재판거래 및 사법행정권 남용 정황이 담긴 문건이 대량으로 나왔다.

하지만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법원이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처음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지 3개월이 지났다”며 “사실상  자발적으로 제출한 자료인 USB에 중요한 문건은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 거래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정점에서 지시를 내리고 보고를 받았을 것으로 간주하고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한편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인 2015년 공보관실 예산 명목의 3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가운데 2016년과 2017년에도 같은 명목의 예산이 각급 법원에 지급됐다는 정황도 나타났다. 해당 예산은 지난해까지 현금으로 지급됐다가 올해부터 카드 사용 형식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6년 2월~2017년 8월 춘천지방법원장을 지냈다는 점이다.

검찰은 지난달 초 법원행정처가 2015년 각급 법원에 배당한 공보관실 운영비를 현금으로 인출해 인편으로 전달받은 뒤 예산담당관실 금고에 보관해 뒀다가 다시 나눠줬다고 밝혔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공보관이 아닌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나 법원장이 임의로 증빙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2016년 예산도 잘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검찰은 김 대법원장의 관련설에 대해선 선을 긋는 모습이다. 검찰 관계자는 1일 “지금 시점에서 현 대법원장에게 혐의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며 “2016년부터는 공보관실 운영비가 법원장의 개인활동비처럼 쓰였다는 증거가 아직 없고 확인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2015년 예산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애초부터 무리한 것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법조계 인사는 “각급 법원별로 받았다는 1000만~2000만원을 1년 동안 쓰면 한 달에 100만원 안팎의 돈이다”라며 “비자금이라고 말하던 검찰이 김 대법원장이 관련될 수 있는 2016년 공보관실 예산에 대해서 선을 긋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검찰 등 수사기관이 현재까지 대법원장에 대하여 국가공무원법 제83조 제3항 등에 따른 수사개시 통보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민상·조소희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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