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지능적 이용 … 인권위에 13차례 진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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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대법원 등에 따르면 지씨는 청송보호감호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던 6년4개월 동안 교도관을 다섯 차례, 동료 재소자를 두 차례 폭행했다. 이 때문에 공무집행방해.상해.폭행 등 혐의로 다섯 차례나 추가 기소됐다.

그는 1981년 방화미수 혐의로 처음 징역형을 산 뒤 91년 강간미수 혐의로 다시 구속되는 등 모두 14년4개월간 수감생활을 했다. 한때 지씨를 담당했다는 한 교도관은 "지씨의 상습적인 폭행은 청송보호감호소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씨가 종종 '한쪽 눈을 실명해 사회에 나가도 좋을 게 없다. 어차피 별 볼일 없는 인생인 만큼 연쇄 살인범 유영철처럼 큰 건 하나 터뜨리고 다시 들어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 다섯 차례 옥중 기소=지씨의 상습적 폭행은 자신이 '억울한 약자'라는 피해의식에서 사회에 대한 막연한 적대감을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99년 1월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는 불만을 품고 있던 중 교도관 조모씨에게 "왜 나만 비디오를 늦게 시청하게 하느냐"며 유리조각으로 조씨의 얼굴 부위와 목 뒷부분을 찔렀다. 이로 인해 조씨는 2주간의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지씨는 또 동료 재소자와 방을 옮기는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던 중 격분해 오른쪽 발로 동료의 왼쪽 이마를 밟기도 했다.

그는 2002년 11월엔 교도소 복도에서 난방 기기를 설치하던 인부를 아무런 이유 없이 주먹으로 때리기도 했다. 2003년 3월엔 감호소 내 의무과 치료실에서 "사회에 나가면 죽여버리겠다"며 공중보건의사 신모씨를 협박했다. "반말을 했다" "혈압을 재주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같은 해 5월엔 산소호흡기를 부착한 채 의무과 침대에 누워 있던 재소자 조모씨를 별다른 이유 없이 폭행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2001년 6월엔 "식기를 바꿔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갑이 채워진 양손으로 교도관의 얼굴을 때려 폭력.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이 확정됐다.

◆ 인권위에 13차례 '인권 침해' 진정=지씨는 2002년 3월~올 4월에 13차례나 '교도관이 폭행했다''부당하게 (수갑 등) 계구(戒具)가 채워졌다' 등의 이유로 국가인권위에 진정했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1건을 제외한 12건이 각하 또는 기각되거나, 본인이 스스로 진정을 취하했다. 인권위는 "조사 결과 지씨가 교도소에서 인격권을 침해당한 경우가 없고, 사실에 기반한 진정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지씨는 먼저 교도관을 자극해 놓고 그에 대한 조치가 부당하다고 진정하는 등 법과 제도를 지능적으로 잘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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