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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2. 자원메디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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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경북 경산시의 자원메디칼 본사에서 박원희 사장이 새로 나온 가정용 체지방측정기 ‘이바디(e-body)’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체지방 측정기와 혈압측정기의 국내시장 점유율 1위인 자원메디칼의 박원희(54) 사장은 요즘 한 달의 절반을 일본에서 보낸다. 올해 출시한 가정용 체지방 분석기 '이바디(e-body)'의 일본시장 상륙을 준비하고 후쿠오카 공장 증설을 위한 부지를 물색하기 위해서다.

2001년 후쿠오카에 현지 생산을 시작한 이래 일본 병원용 체지방 측정기 시장을 주도해 온 이 회사는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정용 부문에서 세계 시장의 80%를 장악한 일본의 세계 1위 업체를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일찍이 일본에서 현지 생산을 시작해 환율 변동 리스크가 적다. 일본을 생산기지로 삼는 건 우리 업계에선 비교적 생소한 일이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세계 시장 트렌드를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생산직 기피 현상이 우리 만큼 심하지 않아 오히려 기술인력을 확보하기 쉽다"고 말했다.

1977년 의료기기 무역 사업을 시작한 박 사장은 93년 일본 의료기기 전문업체 파라마테크와 합작해 자원메디칼을 세웠다. 혈압 측정기만 만들던 초창기에는 기술을 전적으로 일본에 의존했다. 수출 전량을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했다.

98년 처음 연구소를 설립해 연간 이익금의 40% 이상을 연구소에 재투자했다. 일본 시장이 1차 목표였다. 의료기기 선진국인 일본이지만 틈새는 있었다.

대다수 품목을 현지 업체들이 선점했지만 유독 병원용 체지방 측정기 분야는 강자가 없었다. 연구개발 3년 만인 2000년 제품을 내봤고 일본에 공장도 세웠다. 하지만 처음부터 자체 브랜드로 시장을 뚫는 건 쉽지 않았다.

일본인들은 한국에서 온 중소기업에서 선뜻 일하려 들지 않았다. OEM 생산을 중단하자 2001년 147억원에 달하던 매출이 2003년 8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박 사장은 기술력에 대한 믿음을 가슴에 담고 발로 뛰었다. 어렵사리 구한 일본 직원들과 대리점 사람들을 가족과 함께 한 달씩 한국으로 불러 회사의 기술력과 한국의 문화를 체험케 했다.

신뢰를 쌓은 대리점들이 움직이자 대당 가격 3000만원이 넘는 고급 병원용 체지방 측정기가 빠른 속도로 일본 시장으로 퍼져나갔다. 수년간 임상실험을 거쳐 얻은 데이터를 반도체 칩에 집적해 지방과 근육량 등 각종 체성분을 정확하게 분석해 내는 기술, 그리고 그에 따라 운동요법과 식이요법까지 권고해 주는 기술이 통한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동탄산업훈장을 받았다. 이런 기술을 적용한 가정용 소형 체중계 '이바디'에 대해서도 회사는 큰 기대를 건다.

벤처기업이 흔치 않은 경북 경산시. 언뜻 불리해 보이는 회사의 입지도 자원메디칼은 장점으로 승화했다. 주변에 외주를 줄만한 회사가 없다 보니 디자인부터 완제품 조립에 이르는 모든 공정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했다. 이는 다품종 소량생산인 의료기기에 적합한 생산라인을 구축할 수 있게 했다. 자원메디칼은 13년간 30여 가지 기술특허 등 총 70여 가지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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