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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후 집값 올랐다며 집 주인이 계약 파기 원한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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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박정화의 부동산법률 이모저모(8)

얼마 전 서울 소재 아파트를 매수했습니다. 집주인이 앞으로 집값이 오를 조짐이라 계약을 파기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얼마 전 서울 소재 아파트를 매수했습니다. 집주인이 앞으로 집값이 오를 조짐이라 계약을 파기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얼마 전에 서울 소재 아파트를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지금 시세로는 조금 싸게 계약한 것인데, 집주인의 입장에서는 영 못마땅한 모양입니다. 앞으로 집값이 오를 조짐이니 자꾸 계약을 파기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어렵게 집을 매수하게 된 상황이라 이번엔 반드시 내 집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주변에서는 중도금 지급기일 이전에 매도인이 계약금을 두배로 물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중도금 지급기일까지는 한 달 정도 남았습니다. 제가 먼저 중도금을 미리 지급해 버리면 집주인이 마음을 돌리지 않을까요? 요즘 들어 매매계약 파기가 많다고 주변에서 들으니, 더욱 마음이 급해집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매매 계약 해제 방법, 매도인과 매수인 서로 달라  

A. 서울의 아파트값이 연일 치솟고, 정부는 이에 강도 높은 규제책을 쏟아내는 등 요즘 부동산 시장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매도인 입장에선 아파트값이 오른다는 뉴스를 듣게 되면 시세대로 팔았다고 해도 싼값에 판 것은 아닌지 아쉬운 마음이 들게 마련입니다.

사례에서는 다행히 계약서를 작성했고, 계약금까지 교부했기 때문에 매매계약이 성립한 것은 명백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매도인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데, 바로 민법 제565조상의 해약금(매매 당사자가 계약의 해제권을 유보하는 의미를 가지는 계약금) 해제의 조항을 근거로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해약금 해제는 무엇이고, 어떠한 경우에 해제된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사례의 매수인은 매도인의 일방적 해약금 해제를 막을 수 있을까요.

민법 제 565조(해약금) [제작 현예슬]

민법 제 565조(해약금) [제작 현예슬]

민법은 기본적인 계약 중의 하나인 매매에 관해 규율하고 있습니다. 특히 민법 제565조엔 해약금에 관한 규정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중도금지급전까지 매도인이 계약금의 2배를 주거나 매수인이 계약금을 포기하면 계약이 해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로 그 매매계약의 파기방법이 해약금에 관한 규정에 따른 것입니다.

매도인은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받은 이후라도 계약금의 배액을 반환하면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일방적 파기도 몇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법률상 완전한 해제로 인정됩니다. 매수인의 입장에서는 계약을 지키기 위해 어떤 경우 해약금 해제가 될 수 없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먼저 해약금 해제의 방법과 관련해 매수인과 매도인의 해제방법이 서로 조금 다른데요. 매수인의 경우 이미 계약금을 매도인에게 지급한 상태이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해약금 해제의 의사표시만 해도 계약이 해제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매도인의 해약금 해제는 어떨까요. 매도인은 계약금을 두배로 상환하겠다는 의사표시를 상대방에게 내용증명으로 보내면 해제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 집주인들이 매도를 보류하며 매물을 거둬들여 매물이 귀하다.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 집주인들이 매도를 보류하며 매물을 거둬들여 매물이 귀하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러한 의사표시만을 내용증명으로 보낸다고 매도인의 해약금 해제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대법원도 마찬가지로 매도인의 해약금 해제와 관련해 “매도인이 수령한 계약금의 배액을 매수인에게 상환하거나 적어도 그 ‘이행 제공(채무자가 급부의 실현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다 해 채권자의 협력을 요구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매도인이 해약금 해제의 의사표시를 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계약금 배액의 상환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배액의 상환을 위한 준비를 해 이행 제공을 한 사실이 없다면 아직 해약금 해제가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해약금 해제는 민법 제565조 규정에 따라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만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행에 착수하기 전’과 관련해 언제를 이행에 착수한 것이라고 볼 것인지 해석이 분분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채무 이행 행위의 일부를 행하거나 이행에 필요한 전제 행위를 행하는 것으로서 단순히 이행의 준비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매수인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빨리 매수인의 의무 이행에 스스로 착수하면 매도인의 일방적인 해약금 해제를 막을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매수인이 중도금 미리 지급하면 매매계약 해지 안 돼

매수인이 중도금을 중도금 지급기일 이전에 선지급해 버린다면 매도인으로서는 해약금 해제를 일방적으로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포토]

매수인이 중도금을 중도금 지급기일 이전에 선지급해 버린다면 매도인으로서는 해약금 해제를 일방적으로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포토]

빨리 이행에 착수하기 위해 혹시 매수인이 중도금 지급 시기가 도래하기 전 중도금 일부를 지급해 ‘이행의착수’를 해버릴 수 없을지 궁금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사례자도 중도금을 미리 지급하는 것까지도 고려하고 있는데요. 대법원은 “이행기의 약정이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당사자가 채무의 이행기 전엔 착수하지 않기로 하는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도금 지급기일이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특약이 없으면 그 중도금 기일 전에 중도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이행의 착수와 관련한 판례를 종합해 보면 중도금지급기일 이전에 중도금을 선지급하는 경우도 특약사항이 없는 이상 ‘이행에 착수’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매수인이 중도금을 중도금 지급기일 이전에 선지급해 버린다면 매도인으로서는 해약금 해제를 일방적으로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매수인이 중도금을 먼저 기습적으로 지급하는 방법으로 매도인의 해약금 해제의 기회를 박탈해버린다면 가혹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이미 매도인이 해약금 해제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나 중도금지급기일 전에는 중도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약정한 경우 매도인도 중도금 지급기일까지 ‘기한의 이익’이 있다고 볼 수 있어 이런 중도금 선지급의 방법으로 해약금 해제를 차단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역시 같은 입장입니다.

매도인이 해제 의사표시 했으면 중도금 선지급 무효

따라서 사례의 경우 계약의 내용을 한 번 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이행기 이전에 이행할 수 없다는 특약이 없고 현재 매도인이 해약금 해제를 할 것 같은 태세를 보인다면 아직 매도인의 해제 의사표시가 없는 이상, 사례자가 중도금의 일부라도 지급해 스스로 이행에 착수함으로써 상대방의 해약금 해제를 차단할 수 있습니다.

매수인이 중도금을 선이행할 수 없는 경우. [제작 현예슬]

매수인이 중도금을 선이행할 수 없는 경우. [제작 현예슬]

박정화 변호사 lawminpjh@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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