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스피리트훈련 줄일 명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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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설마 하고 있었더니 드디어 팀스피리트훈련 규모를 축소하느니 마느니 하는 보도가 신문에 오르내리고 있다.
도대체 남북통일이 다 되었단 말인지 상상도 할 수 없는 망상이 아닐 수 없다.
팀스피리트훈련은 매년 2월이면 공개적으로 행해졌으며, 영화·사진으로 보도되고 우리정부의 고위인사가 참관하는 것이 관례였다. 심지어 북한측에 참관하도록 초청하기도 했던 것이다.
이「한미군맹의 상징」이 왜생겼느냐에 대해서는 새삼 구구한 설명이 필요치 않다. 한반도에서 완전 철수했던 미군을 다시 끌어들인 것은 바로 금일성의 남침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현재 남북의 모든 군사력에 있어서 북한이 월등히 우세하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미군의 한반도 주둔만이 북한의 남침방지책이며 따라서 북한은 미군의 철수를 줄곧 주장해왔다.
그 일환으로 북한은 팀스피리트 훈련중지를 줄곧 요구해왔다.
지금까지 각종 남북회담에서도 걸핏하면 팀스피리트훈련을 철폐하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면서 회담중지의 구실로 삼았고, 남쪽 각 대학의 소외운동권 학생들도 이에 동조했다. 이 모든 북쪽 주장, 또는 북쪽에 동조하는 말들이 팀스피리트훈련의 규모가 공식적으로 축소된다면 저절로 합리화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지 아니할 수 없다.
작년 말부터 북한에 다녀온 재미동포들이 여러 신문에 기행문을 쓴 것을 보았는데 폐일언하고 그들을 왜 재외동포 모국 방문위원회인가 뭣인가에서 「안내」를 했겠는가. 왜 여기서처럼 자유롭게 각지방으로 쏘다니지 못했는가를 묻고싶다. 이미 공지의 사실이지만 평양에 사는 시민은 북한의 특권층이다. 여행자유가 없는 북한에서 이 평양을 중심으로 몇 군데만을 「안내 받아」돌아보고 사진 찍어 「북한의 실상」이라는 것들을 쓰는 것이니 여기에 근원적 제약이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김일성은 정초에 노태우 민정당 총재를 비롯하여 몇 사람을 같이 평양에 초청했다고 하며 한편으로 남북국회회담에서 팀스피리트를 트집잡아 다되어 가는 밥에 재를 뿌리고 있다. 안될 것만을 골라 그럴 듯이 북은 제안하는 체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보도된 대로 팀스피리트를 축소하고라도 남북간에 무슨 교류 비슷한 것을 할량 이면, 북은 이것을 빌미로 점차 어려운 말을 하고 나올게 뻔하다. 그때 우리는 이것을 거부할 명분을 잃게된다.
도대체 팀스피리트라는 공개훈련이 문제가 된다면 왜 우리는 북이 소련과 합동 훈련하는 것을 문제삼지 않으며 80만 대군을 주로 휴전선과 그 부근에 배치하고 있을 뿐더러 공군과 해군을 크게 강화하는 것은 왜 문제삼지 않는가.
우리는 경제면에서 북을 돕고 점진적으로 공존의 바탕을 마련해 나갈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군사면 은 모든 부문에서 배보다 훨씬 열세에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해 자기도취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근래 중국·소련과 동구권에 자주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러한 공산국가와는 현저하게 다른 북한, 꽁꽁 얼어붙은 채 극히 일부분만을 개방하는 북한을 우리는 올바로 파악해야한다는 점이다.
자유롭게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고 있는 중국 같은 나라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성급한 우리측의 대북 접촉기도와 백가쟁명하는 북을 향한 러시에 제동을 가하면서 팀스피리트 훈련이 정상적으로 유지, 시행되어야함을 재삼 강조하고 싶다. 송원영<전 국회의원·5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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