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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사살된 퓨마(뽀롱이), 수목장으로 장례 치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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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대전오월드(동물원)를 벗어나 사살된 퓨마(뽀롱이)의 장례식이 수목장(樹木葬) 형태로 치러졌다. 오월드를 운영하는 대전도시공사는 “28일 새벽 6시쯤 퓨마의 사체를 화장한 뒤 유골을 동물원 내 한적한 곳 철쭉 밑에 묻었다”고 밝혔다.

대전도시공사, 28일 새벽 사체 화장한 뒤 동물원내 공간에 #동물원내에서 위령제 지내고 유골 묻어, 추모비 세우기로

대전 오월드 앞에서 시민들이 퓨마를 추모하고 있다. 퓨마 뽀롱이를 추모하는 조화와 사진, 메모지가 놓여있다.프리랜서 김성태

대전 오월드 앞에서 시민들이 퓨마를 추모하고 있다. 퓨마 뽀롱이를 추모하는 조화와 사진, 메모지가 놓여있다.프리랜서 김성태

대전도시공사측은 그동안 퓨마의 장례 방식을 놓고 고민해왔다. 사체를 화장해 단순 처리하면 동물애호단체 등에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도시공사 관계자는 “동물원에서 많은 관람객에게 즐거움을 주다 뜻하지 않게 생명을 잃은 퓨마의 영혼을 달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다가 수목장 형태로 장례를 치르기로 정했다”고 말했다. "수목장은 자연 친화적인 데다 많은 사람에게 퓨마를 추모할 기회를 줄 수 있는 적당한 장례 방법"이라고 대전도시공사측은 덧붙였다. 동물 장례를 수목장 형태로 치른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사살된 퓨마는 한때 교육용 표본(박제)으로 쓰는 방안도 검토됐다. 하지만 퓨마가 국제멸종위기종 2등급이어서 박제 제작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동물의 사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규정에 따라 관할 환경청에 신고한 뒤 동물 사체처리 전문업체에 맡겨 처리해야 한다.

퓨마는 마운틴 라이언, 쿠거로도 불린다. 지난 5월 미국에서 퓨마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중앙포토

퓨마는 마운틴 라이언, 쿠거로도 불린다. 지난 5월 미국에서 퓨마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중앙포토

대전도시공사측은 이날 오전 5시쯤 충남의 한 반려동물 전문 업체에서 퓨마의 사체를 화장했다. 사체는 지금까지 동물원 내 냉동 창고에 보관됐다. 대전도시공사측은 화장이 끝난 뒤 곧바로 유골을 가져와 직원 30여명이 동물원 내 수목장 장소에 모인 가운데 1시간 동안 위령제를 지냈다. 위령제는 헌화, 분향, 묵념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도시공사측은 위령제 모습을 외부에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대전도시공사측은 조만간 퓨마의 유골을 묻은 곳에 돌을 깎아 추모비를 세울 예정이다. 추모비 내용은 ‘보문산 양지바른 이곳에서 모두의 사랑으로 다시 태어나리 퓨마. 뽀롱이를 추모하며’로 정했다.

엽사가 쏜 총을 맞고 숨진 퓨마. [사진 대전소방본부]

엽사가 쏜 총을 맞고 숨진 퓨마. [사진 대전소방본부]

퓨마는 지난 18일 오후 5시쯤 동물원을 탈출했으나 4시간 30분 만에 엽사에게 사살됐다. 탈출을 보고받은 청와대 위기관리센터(NSC)는 관련 기관과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온라인 댓글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관심도가 퓨마 때문에 떨어질 것을 우려해 청와대가 사살 명령을 내린 게 아니냐”는 글이 올라왔다. 또 대전동물원 앞 등에는 퓨마 추모 공간이 생기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아 퓨마의 죽음을 애도했다.

대전=김방현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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