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합동음악제 기어이 성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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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올해엔 어떤 일이 있어도 남·북한 합동음악축전을 꼭 성사시킬 작정입니다. 기사년 새해는 제70평생에 가장 보람있는 한해가 될 것입니다.』
재독 작곡가 윤이상씨(72)와 함께 지난해부터 남·북한 합동음악축전을 추진하고 있는 전봉초 예총회장(70)은 새해가 열리자마자 준비작업을 위해 바삐 뛰고 있다.
전회장은 지난해 12월 9∼16일까지 서베를린으로 윤씨를 직접 방문, 오랜 대화를 통해 전비합동음악축전에 대한 기본적인 계획에 합의했다.
올 여름철 휴전선상의 적당한 장소를 골라 남·북한 양쪽에서 각각 1백50명 가량의 음악인이 연합 오케스트라를 구성, 야외음악회를 연다는 것이다.
연주 곡목은 윤이상씨의 교향곡 『나의 땅, 나의 조국』(연주시간 45분)을 비롯해 남·북한 양쪽의 창작곡을 한곡씩 연주하며 무용도 곁들여 다채로운 축제형식으로 꾸밀 계획이다.
청중으로는 남·북한 이산가족들을 대거 초청한다. 『한번 상상해 보세요. 헤어졌던 가족들이 수십년만에 다시 만나 회포를 풀고 우리의 민족음악을 함께 즐기는 모습을…. 인류역사상 이보다 더 감동적인 장면은 없을 것입니다.』
전회장은 벌써부터 합동음악축전의 현장에 서있는 듯 설레는 모습이다.
이 축전은 남·북한 전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도 TV로 생중계 해 한민족의 화합과 저력을 온 세계에 과시할 예정이다.
전회장은 이 축전을 성사시키기 위한 준비의 하나로 오는 3월말「윤이상 음악회」를 추진중이다.
3일 동안 계속될 이 음악회는 윤씨의 대표작들을 집중적으로 연주하고 강연회·세미나도 열어 윤이상 음악세계를 조명한다는 것이다.
전회장은 이 음악회 준비를 위해 연초부터 스폰서와 공연장을 물색하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합동음악축전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우선 윤씨가 20여년만에 고국을 방문해 그 동안에 쌓인 서로의 오해를 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도 쾌히 수락했으며 합동음악축전에 대한 북한의 전권을 위임받아 오기로까지 약속했습니다.』
전회장은 직접 서독엘 가보니 윤씨가 국내에서 알고있던 것보다 훨씬 더 세계적인 작곡가더라고 전한다.
유명한 음악회 프로그램에는 자주 윤씨의 작품이 「베토벤」 「베버」 등과 나란히 오를 뿐 아니라 지난해 5월엔 그의 음악적 공로로 서독정부로부터 최고훈장까지 받았을 만큼 현대 최고의 작곡가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그를 좌경시해 왔으나 직접 만나 얘기를 해보니 많은 오해가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는 「남·북한을 초월해 이 한반도가 내 조국이며 죽어서는 고향(통영)에 묻히겠다」고 말하더군요.』
전회장과 윤씨는 30여년 전 부산 피난시절 「실험악회」활동을 함께 하면서부터 알게돼 지금까지 두터운 친분을 나누고 있는 사이다.
이번 합동음악 축전의 추진에 두 사람의 이 같은 개인적 교분은 더욱 큰 도움이 된 셈이다.
『해방 후 첫 민족화합의 축제인 남북음악축전이 올해에 꼭 이뤄질 겁니다. 나아가 이 축제는 민족통일의 디딤돌로 역사에 길이길이 기록되겠지요.』
새해를 내딛는 전회장의 가슴은 남다른 의욕으로 더욱 부푸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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