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너무 풀려 안정기조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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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해의 지나진 통화팽창으로 올해 우리 경제의 안정기조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특히 돈은 많이 풀렸는데 적절한 환수책이 없어 앞으로의 통화관리가 심각한 과제로 부상되고있다.
7일 한은이 잠정 집계한 88년 중의 통화동향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총통화(M₂)는 8조5천9백85억이 새로 늘어 총통화 증가율은 평잔 기준 18.8%로 정부의 억제목표 18%선을 뛰어 넘었고 연말대비증가율은 21.3%에 달했다. 12월 한달의 총통화증가율도 평잔 기준 18.5%이었다.
이 같은 증가율은 87년말 대통령선거가 끼어있어 총통화가 무려 22.5%나 늘어났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에 엄청난 돈이 풀려나갔다는 얘기가 된다.
이처럼 돈이 풀렸는데도 올 1·4분기 중 만기 도래하는 통화조절용 채권규모가 모두 7조3천6백97억원에 달해 새로 통화를 흡수하기 위한 채권발행이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총통화가 크게 늘어난 것은 경상수지흑자규모가 당초 기대했던 70억 달러의 2배 수준인 1백40억 달러에 달해 해외부문에서 87년보다 9천억원이 많은 9조9천3백72억원이 풀렸으며, 무역금융의 대폭축소에도 불구하고 농사자금·주택금융 및 시설재 수입용 외화대출이 많아 민간부문에서도 전년 증가분보다 35%(2조원)나 많은 7조7천4백30억원이 공급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부문에서는 세수 호조에 힘입어 연간으로는 80년보다 약 4천억원 많은 2조7백24억원을 환수해 줬으며 기타부문에서도 통화채권 등을 팔아 모두 7조93억원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통화환수를 위해 한국은행이 새로 발행한 통안증권은 7조2천억원에 달해 작년말 현재 통안증권잔액은 15조3천7백억원에 달하며 여기에 재정증권·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및 통안계정에 묶어놓은 돈까지 합치면 그 규모는 20조9천4백16억원에 달해 앞으로의 통화관리에 제약요인으로 남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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