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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충들 멍청"···구매자 비난으로 번진 '미미쿠키 사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미쿠키 사태'와 관련된 기사에 달린 구매여성 비하 댓글 모음. [네이버 캡처]

'미미쿠키 사태'와 관련된 기사에 달린 구매여성 비하 댓글 모음. [네이버 캡처]

대형마트 제품을 유기농 수제품으로 속여 팔아 논란이 된 ‘미미쿠키 사태’가 구매자에 대한 비난으로 번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이 구매자들을 ‘맘충’(자녀를 둔 여성을 비하하는 말)이라며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제품, 유기농 수제품으로 속여 #일부 네티즌, 구매여성에게 원색 비난 #전문가 "합리적 이유 없이 비난하는 혐오"

'미미쿠키'가 대형마트 제품을 속여 판 의혹을 제기한 온라인글. [인터넷 직거래 카페 캡처]

'미미쿠키'가 대형마트 제품을 속여 판 의혹을 제기한 온라인글. [인터넷 직거래 카페 캡처]

미미쿠키 사태는 한 온라인 직거래 카페에서 수제 디저트 전문점 ‘미미쿠키’의 제품이 대형마트 제품과 유사하다는 의혹이 최근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미미쿠키 측은 지난 20일부터 이 카페에 4차례에 걸쳐 사과문을 올렸다. 판매한 쿠키·롤케이크가 대형마트 제품이라고 시인했다. 하지만 마카롱·카스텔라 등 일부 제품은 자신들이 손수 만든 제품이라고 주장하는 상태다.

사과와 환불 공지에도 판매자에 대한 비난은 이어졌다. “유기농 수제품이라서 비싼 가격에도 어린 자녀와 가족·지인을 위해 샀는데 화가 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불똥은 구매자, 특히 자녀를 둔 여성에게로 튀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들을 ‘맘충’이라고 비하하며 구매 행위에 대해 비난하기 시작했다. 미미쿠키 사태와 관련된 기사 댓글을 살펴보면 “맘충이들이 멍청하잖아”(qkfc****), “맘충들 쿠키 자랑하던 사진들 다 지웠겠네ㅋㅋ”(limc****), “싸구려 혀로 유행 타는 거, 비싼 거 찾아 먹고 ‘음 역시’ 거리는 3류 인생 사는 맘충들을 잘 겨냥한거지 뭐ㅋㅋ”(toda****) 같은 비난들이 올라왔다.

이에 대해 또다른 네티즌들은 “가해자를 비난해야지 왜 피해자를 욕하나요. 당신들이 그렇게 ‘맘충’이라며 비하하는 사람들, 다 누군가의 어머니입니다”(robi****), “속이는 사람을 욕해야지 속는 사람들한테 손가락질하는 게 참 안타깝네요”(firs****)라고 반응하면서 설전이 오갔다.

미미쿠키 제품의 판매를 대행했던 카페뿐 아니라 여러 온라인 카페에서도 비난을 지적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맘충이라고 비난하는 댓글을 보고 화가 난다거나, 미미쿠키 구매 후기에 조롱글을 다는 행위를 하지 말아달라는 내용 등이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맘카페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업체 측에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때때로 있었다”며 “이 때문에 일부에게는 자녀를 둔 여성이 견제의 대상, 혐오의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이 때문에 이번 사태에서 아무런 잘못이 없는 구매자들이 공격을 받았다. 이는 결국 합리적 이유 없이 비난을 가하는 혐오가 자리잡은 탓”이라고 해석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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