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해운동 피해상품 세일·어시장 위판 재개… 재기 '잰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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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 5백원, 스타킹 3백원, 팬티 3백원… 18일 오후. 경남 마산시 해운동 해운상가 입구 S속옷 전문점의 물건 값들이다. 워낙 저렴한 가격에 행인들이 발길을 멈추고 물건을 고른다.

인도한켠에서는 빨래 건조대에 말리고 있는 의류들을 고르는 주부들도 눈에 띈다.

물론 정상제품이 아니라 태풍 '매미'가 몰고 온 바닷물에 몇시간 동안 젖었던 의류들이다.

남편의 속옷을 1천원에 산 이호숙(50.여.마산시 합성동)씨는 "집에 가서 세탁하면 새 것처럼 입을 수 있고 수해를 당한 가게를 돕는다는 마음으로 구입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태풍으로 1억원대의 피해를 입은 이 가게는 13일부터 이처럼 물에 젖은 제품을 50~70%쯤 할인 판매하고 있다.

가게 직원 김임순(43)씨는 "도와주는 마음으로 물건을 사주는 사람들이 많아 물에 젖은 제품은 대부분 팔았다"며 "손해를 많이 봤지만 큰 힘이 된다"라고 말했다.

태풍 '매미'로 큰 피해를 입은 마산시 해운동 해운상가와 마산 어시장 상인들이 상처를 딛고 빠르게 일어서고 있다. 지하층이 침수됐던 50여 채 건물들의 물빼기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자원봉사자 등의 도움으로 재활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마산수협(중성동)위판장의 수산물 경매도 17일 오전 5시부터 재개됐다. 추석연휴 휴장을 포함하면 9일 만이다.

첫날 평소 경매물량 1만2천 상자의 절반 정도인 5천2백여 상자가 위판됐지만 갈수록 물량이 늘면서 정상을 되찾고 있다.

횟집들은 오는 25일쯤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채소 난전도 영업을 시작했다. 박팔남(70.여.마산시 해운동)씨는 "횟집이 영업을 하지 못해 손님은 없지만 찾는 단골고객들을 위해 나왔다"라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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