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당선 나희덕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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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단지 예고에 불과하지만 기쁨과 고통이 함께 내게로 걸어왔다. 축하의 악수와 더불어 천 길 벼랑으로 밀며 더욱 정신차리라는 말씀과도 같이 다른 사람에게 내미는 언어란, 그 이전에 자신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습작기의 원고를 모아 하나의 허물을 만든 셈이다. 애벌레는 어두운 고치 속에 갇혀서야 비로소 자신이 허물벗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는가 보다.
앞으로 시인에게 남겨진 몫인 진정성에 기초한 끝없는 자기갱신의 노력을 계속 해나가야겠다. 그러므로 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발표 지면이 아니라 삶의 억압 속에서도 살아 있는 목소리를 가지는 것이라고 믿는다. 사실, 좋은 시를 쓰기보다는 올바른 교사가 되기 위해 고민했던 한 해였다. 돌아보면 두 가지모두 충실하지 못 하였고, 그 부끄러운 옷자락이 자꾸만 보였다. 그 속에서 늘 새로운 자극이 되어주었던 아이들의 빛나는 눈동자 앞에 감사드린다.
맏딸이 시인되기를 바라셨던 부모님, 연세문학회 식구들, 학교의 동료들과 함께 하루에 족한 이 기쁨을 나누고자한다. 그리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린다.
◇약력 ▲66년 6월 8일 충남 출생 ▲88년 연세대 국문과 졸 ▲현 수원 창현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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