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4당시대 민심르포] 上. 두 갈래의 광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 17일 밤 광주 구시청 네거리의 한 식당. 노무현 대통령과 광주.전남 지역 언론인의 인터뷰가 TV로 중계되고 있다. 하지만 테이블에 앉은 한 무리의 사람은 관심이 없다.

"DJ가 대통령할 때허고는 여그도 인자 많이 다르요. 묵고 살기 힘든디 감투싸움이나 해 쌓는 정치인들 얘기를 뭐하러 허겄소?"

자영업을 한다는 김한기(55)씨의 시큰둥한 반응이다. 그러나 金씨는 소주가 몇잔 돌자 신당파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미친 놈들이여. 세를 늘려도 한나라당 이길까 말깐디 당을 쪼개고…. 다 신당 가믄 몰라도 즈그들이 민주당서 당선됐으믄 거그서 잘 해야제. "

이에 비해 이병호(53)씨는 생각이 달랐다. "민주당 깨지는 것이야 여그 사람들, 다 안타깝지라. 그래도 바꾸긴 해야써요. 구닥다리 내보내고 새로운 사람들이 나와야 안 하겄소. 정치권이 주먹세계보다도 못한 것이, '야인시대'에서도 밑에사람한테 밀어주고 합디다. "

18일 서구 임동 기사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던 택시 기사들도 의견이 갈렸다. 전남 나주가 고향인 형종수(33)씨는 "노무현 대통령이 관여하든 안 하든 그 힘을 얻고 추진하는 것인디, 실패하면 민주당 깨먹은 책임을 져야제"라고 했다.

반면 황응수(52)씨는 "당을 분리하지 않고는 되는 일이 없으믄 신당을 만들어서라도 야당과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탈(脫)DJ'에 거부감=신당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시민들은 대부분 노무현 정부의 '탈DJ'움직임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서구 양동시장에서 만난 김형수(47)씨는 "사적으로 돈 먹은 것도 아니고 남북관계를 위해 한 것인디 盧대통령이 한나라당 말 듣고 (특검)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 다 까발린 거 아니냐"고 했다.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 김명자(50.여)씨는 " (대통령이)좀 성숙하지 못한 거 같애라. 글고 정치를 잘 해서 묵고 살게 해줘야지 여그 손님 있는가 좀 보쇼"라며 불만을 표했다.

신당에 우호적이라는 이용욱(53)씨는 "盧대통령과는 상관 없이 기존 정치판 좀 싹 바꿔보자는 차원에서 신당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며 "다만 盧대통령도 인사 불평등 등 호남을 실망시키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지켜보고 결정"=신당에 대한 호불호와 관계없이 많은 이는 현재 구도만으로 총선에서의 투표 성향을 결정하진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충장로에서 만난 회사원 박호준(35)씨는 "구주류 인사들도 썩 마음에 들지 않고 민주당 인사를 한명이라도 더 보태 세를 불리려 하는 신당파들의 모습도 개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남대 법대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 중인 朴모(31)씨는 "정치를 오래한 구주류는 다 노출됐지만 신주류는 초.재선이 다수여서 어떨지 지켜봐야 한다"며 "인물을 중심으로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헷갈려 보이는 광주.전남 민심에 대해 전남대 지병문(池秉文.정치외교학)교수는 "민주당 분당을 마땅치 않게 보면서 신당이 어떻게 될지 지켜보는 상태"라고 정리했다.

池교수는 "지난 봄께 신당 논의가 탄력을 받았더라면 신당으로 쏠렸을 텐데 盧대통령의 지지층 관리 실패로 동력을 상당히 잃었다"면서 "부산에서의 지지만으로는 어렵지만 서울.경기 등에서 신당이 뜰 경우 광주.전남 민심이 기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광주=김성탁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