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멋스러운 취미 … 폭주족 아니다" "과시욕 … 너무 외양에 집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할리 데이비슨은 단순한 오토바이가 아니다. 햄버거나 미식축구처럼 미국을 상징하는 문화 중 하나다.

유럽의 전통에 대한 열등감에서 미국인들이 유럽에 없는 할리 데이비슨을 문화로 키워냈다는 해석이 있다. 유럽에선 시끄럽고 기능이 떨어지는 기계로 평가받지만 미국인들의 할리에 대한 애정은 대단하다.

모나코에서는 소음 때문에 할리의 입국을 금지하지만 일본의 할리 매니어 층은 두텁고 한국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할리 데이비슨 국제 매니저인 브루스 모터는 "미국에서는 히피의 평화와 자유정신, 개인주의를 따르는 사람들이 할리 데이비슨을 탄다"고 말했다. 라이더들은 암치료 기금 마련 등 자선행사도 많이 연다. 그러나 과거 '헬스 에인절'(Hell's Angel.지옥의 천사) 등의 조직이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다니면서 살인과 마약거래를 하는 등 폭력 성향이 있었고 지금도 그 전통이 일부 남아 있다.

한국의 할리 데이비슨 문화는 미국에 비해 얌전하다. 김종인 할리 데이비슨 오너스 그룹(HOG) 회장은 "문신을 붙이는 사람도 있지만 주류는 아니다.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타야 한다는 생각에서 헬멧 안 쓴 사람은 행사에 참석을 못 하게 할 정도"라고 말했다. 신경정신과 의사인 이범용씨는 "평소 순종적이고 가정적인 사람들의 주말 일탈 수준"이라고 봤다.

할리 데이비슨은 머플러를 뗀 폭주족의 오토바이처럼 시끄럽지만 할리 라이더는 절대 폭주족이 아니다. 할리는 시속 80㎞ 정도로 달릴 때 가장 좋은 소리가 나기 때문에 웬만해선 과속을 하지 않는다. 더구나 할리를 자동차 이상으로 여기므로 교통체증이 있어도 지그재그식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

그러나 국내 할리 문화가 과시욕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요즘 웬만한 고급 승용차를 타도 주목받지 못하지만 할리를 타면 주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벼운 오토바이도 타지 못하면서 육중한 할리를 무작정 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싼 기종부터 보급된 것이 아니라 비싼 기종이 잘 팔리는 점도 그렇고 정품 옷에 정품 액세서리를 착용하는 사람이 많은 점도 그렇다. 주한미군 군무원인 마이클 헌터는 "미국에서는 소리를 듣고 할리 라이더인 줄 아는데 일본과 한국에선 옷을 보고 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민기씨는 "외양에 집착하는 것은 할리의 자유정신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성호준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 HOG=할리 소유자 그룹(Harley Owners Group)의 약자다. 할리 데이비슨이 1983년 할리 소유자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만들었다. 회원에게는 단체 랠리 주선과 제품 할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덩치가 큰 할리 오토바이는 미국에서 '돼지(hog)'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현재 전 세계에 지부가 1157개, 회원은 80만 명이 넘으며 계속 증가하고 있다. 회원 중에는 요절한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 코미디언 제이 르노, 프로레슬러 언더테이커 등 명사가 많다. 한국에서는 99년 조직됐고 회원은 800명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