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5월 26일 판문점에서 열린 2차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좋은 자리에서 맞이해야 하는데 잘 못 해 드려서 미안하다”며 “가을 초 평양으로 오시면 성대하게 맞이하겠다”고 약속했다. 18일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최고의 예우로 맞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부인 이설주와 함께 평양 순안공항 활주로에 직접 걸어 나와 문 대통령 내외를 영접했다. 두 정상은 악수를 한 뒤 3번이나 포옹했다. 그리고도 두 손을 꼽 잡았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김 위원장 내외가 공항 영접을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공항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용해 노동당 조직지도부장, 리수용 노동당 국제부장, 김수길 군 총정치국장, 노광철 인민무력상 등 북한의 당ㆍ정ㆍ군 핵심 인사들이 도열했다. 북한군 현역 장성인 김수길과 노광철은 문 대통령에게 거수경례했다.
인민군 의장대는 이날 문 대통령을 향해 ‘각하’라고 호칭했다. 인민군 명예위병대(의장대) 사열에 앞서 김명호 육군 대좌(대령)는 “대통령 각하, 조선인민군 명예위병대는 각하를 영접하기 위하여 정렬하였습니다”라고 보고했다. 직후 군악대의 ‘조선인민군가’ 연주 속에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함께 레드카펫을 밟으며 ‘받들어 총’ 자세를 취한 의장대 앞을 지나갔다. 이날 북한은 21발의 예포로 문 대통령을 맞았다. 21발을 쏜 건 국가 원수에 대한 의전 행사라는 뜻이다. 지금까지 남북 정상회담에서 예포 발사는 처음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육군ㆍ해군ㆍ항공군으로 구성된 의장대와 군악대의 분열도 받았다. 이들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등장하는 구스스텝(무릎을 굽히지 않고 다리를 높이 들어 오르며 걷는 걸음)으로 단상 앞을 행진하면서 ‘우로 봐’ 경례를 했다. 두 정상이 단상 위에서 서로에게 위치를 양보하자 순간적으로 시간이 지연되기도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단상으로 뛰어 올라와 문 대통령에게 왼쪽 자리를 권하면서 상황을 정리했다.
공항을 빠져나가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에게 대기 중이던 북한 주민들은 인공기, 한반도기, 붉은 색 조화를 흔들며 환호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에게 손을 흔들어 감사의 뜻을 표시했고, 몇몇 북한 주민과 악수도 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이들에게 90도 가까이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공항에서 문 대통령을 수행한 장관들과 상견례를 했다. 문 대통령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앞에선 김 위원장에게 시간을 더 들여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친숙함을 표시하는 것처럼 김 대변인의 왼쪽 팔뚝을 살짝 쳤다.
평양=공동취재단,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