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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효모로 만든 빵? 그럼 인공 효모도 있나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16)

'천연'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소비자가 늘어남과 동시에 빵이나 술을 제조할 때 천연효모를 이용하였다는 광고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 pixabay]

'천연'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소비자가 늘어남과 동시에 빵이나 술을 제조할 때 천연효모를 이용하였다는 광고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 pixabay]

천연효모? 그럼 인공 효모도 있나? 없는데도 시중에는 천연효모(또는 자연발효)를 가지고 빵이나 술을 만들었다고 선전한다. 소비자가 하도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가 천연이고 자연이기 때문이다. 어디에나 천연, 자연을 붙이면 만사형통이다. 이 외에도 소비자가 좋아하는 단어는 유기, 발효, 효소, 바이오, 미네랄, 비타민 등이 있다.

반면, 인공, 합성, 화학, 양식 등의 단어에는 극도로 거부반응을 나타낸다. 왜 이런 잘못된 호칭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언론에 나오는 어설픈 전문가의 역할이 큰 것 같다.

천연 효모는 소나 돼지에 ‘천연’이란 말 붙이는 격 

효모에 천연이란 단어를 붙이는 것은 소나 돼지에 천연이란 단어를 붙이는 것과 같이 말이 안 된다. 미생물을 잘 안다는 필자도 처음 듣는다. 효모에 천연이 있고 인공이 있을 수 없다.

단 ‘야생(wild type)’효모란 말은 있다. 인간에게 유용(산업 혹은 실험목적)하도록 개량해 기능과 성질을 좋게 한 ‘변이주(變異株-mutant)’에 대비되는 단어이다. 야생주(野生株)는 개량하기 전 일종의 재래종을 말하나, 이것이 사람에게 특별히 좋을 것도 없고 오히려 사용하기에 불편하며 때에 따라서는 이롭지 못할 경우가 더 많다.

효모는 미생물의 한 종류인데, 영어로 하면 우리에게 익숙한 '이스트'이다. 이 미생물들이 양조나 빵 반죽에서 염분이나 알코올에 견디면서 좋은 풍미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중앙포토]

효모는 미생물의 한 종류인데, 영어로 하면 우리에게 익숙한 '이스트'이다. 이 미생물들이 양조나 빵 반죽에서 염분이나 알코올에 견디면서 좋은 풍미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중앙포토]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그동안 사용하기 불편했던 효모도 개량되기 시작했다. 발효가 실패하지 않고 맛과 향을 좋게 해 주는 효모로 개량하기 위해 우리 조상들은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각고의 노력 끝에 지금의 알코올 발효 효모가 탄생했다. 특히 양조나 빵 반죽에서 염분이나 알코올에 잘 견디면서 좋은 풍미를 제공하는 우량주를 만들었다.

세간에는 수천년간 개량된 농산물에 둘러싸여 풍요를 구가하면서도 그간 인류가 노력해 성취한 결과를 싹 무시하고 원시로의 회귀가 친환경이고 몸에 좋은 것처럼 부추기는 사이비가 득세한다.

실제 빵에 넣는 효모는 야생주가 아니라 맥주 공장에서 나온 알코올 발효 기능이 우수한 종류를 쓴다. 포도 껍질에 붙어있는 효모는 야생주라고 불 수 있으나 실제 공장에서 포도주를 만들 때는 우량 효모를 첨가해 발효한다. 모든 술 공장이 마찬가지다.

단 가정에서 담는 발효 포도주나 막걸리는 재료에 붙어 있던 효모를 이용하고 따로 효모를 첨가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판 중인 개량 이스트를 첨가해 주면 발효가 더 잘되고 실패할 확률이 낮아진다. 원래 재료에 붙어있던 효모가 특별히 좋을 것이 없다는 좋은 예다.

효모는 미생물의 한 종류다. 미생물은 크게 곰팡이(사상균), 효모, 세균(박테리아), 바이러스로 분류한다. 효모는 영어로 이스트(yeast)라고 하고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미생물이다. 효모에는 수십만 종류가 있을 것으로 짐작하나 현재 밝혀진 것은 수만 종류에 불과하다. 이중 우리가 이스트라고 알고 있는 것은 알코올 발효나 제빵에 사용하는 효모를 지칭하나 정확하게는 효모 전체를 뜻하는 단어다.

빵 효모는 학명으로 ‘Saccharomyces cerevisiae’라고 하며 이 효모의 유사 종이 술이나 빵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한자로 풀이하면 발효의 어머니쯤으로 해석되는데 알코올 발효에 관여한다 해서 붙인 이름 같다. 술이나 빵의 발효에 모든 효모가 관여하는 것은 아니라 특수종이 작용한다. 효모 중에는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칸디다(Candida, 진균증 등)도 있고 심지어 버섯의 하나인 목이버섯도 있다.

이 효모가 알코올 발효를 하면 이산화탄소(탄산가스)가 발생한다. 포도당을 알코올로 변화시키면서 최종단계로 탄산가스가 발생해 술을 부글부글 괴게 한다. 술에 탄산가스가 많이 녹아 있으면 맥주나 생탁처럼 쏴 한 맛을 낸다. 이때 탄산가스를 도망가지 못하게 밀가루 반죽 속에 가두어 두는 게 빵을 부풀게 하는 거다.

빵을 만들 때 이스트의 역할은 반죽 속에 알코올 발효를 일으키고 발생한 탄산가스로 빵을 부풀려 식감과 풍미를 좋게 하는 역할을 한다. [중앙포토]

빵을 만들 때 이스트의 역할은 반죽 속에 알코올 발효를 일으키고 발생한 탄산가스로 빵을 부풀려 식감과 풍미를 좋게 하는 역할을 한다. [중앙포토]

즉, 빵을 만들 때 이스트가 반죽 속에 알코올 발효를 일으키게 하고 이때 발생하는 탄산가스로 빵을 부풀게 해 식감과 풍미를 다소 좋게 하는 것 외에는 하는 역할이 없다. 오히려 독특한 불쾌취를 동반해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빵이 부푸는 것이 신비할 것도, 특별히 의미를 부여할 것도 없다. 단순한 물리적 형태 변화에 불과하다.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소다(베이킹파우더)를 넣거나 계란 흰자로 기포를 만들어 부풀게 하는 방법도 채용한다. 물성에는 다소 차이가 나긴 하지만.

요즘 천연을 좋아하는 세태에 힘입어 뭐든지 천연 자(字)를 붙이는 경향이 있다. 자주 회자되는 천연 효모라는 거다. 천연 효모로 빵이나 술을 만들었다고 소비자를 유혹하는 바로 그 행태다. 별로 신비해 할 것도 이상할 거도 없다.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일차로 포도나 건포도를 발효시켜 포도주를 만들면 껍질에 붙어있던 효모의 양을 크게 불린다. 이를 그냥 사용하거나 밀가루 반죽에 첨가해 부풀린 도우를 저온에 보관해 두었다가 빵 반죽에 첨가하고는 천연 효모로 만들었다고 신비화하는 데 불과하다.

이 효모는 위에서 말한 야생 주와 비슷하다. 이게 옛날 우량 효모가 개발되지 않았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서양의 빵 제조방법이다. 하기야 이도 태초의 먹거리나 지중해 식단 등 옛날로 회기 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는 상술에 지나지 않지만.

원기소는 맥주 공장서 나오는 효모를 정으로 만든 것

플젠스키 프라즈드로이 공장에서 전통 방식을 따라 제조하는 맥주가 담긴 오크통. 빵 효모는 주로 맥주 공장에서 나오는 효모를 대부분인데, 이것을 건조시켜 정으로 만들게 되면 원기소가 된다. 그래서 빵 효모에 베타글루칸이 많아 항암효과가 탁월하다는 연구결과 이후 효모를 정제한 제품이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사진 체코관광청]

플젠스키 프라즈드로이 공장에서 전통 방식을 따라 제조하는 맥주가 담긴 오크통. 빵 효모는 주로 맥주 공장에서 나오는 효모를 대부분인데, 이것을 건조시켜 정으로 만들게 되면 원기소가 된다. 그래서 빵 효모에 베타글루칸이 많아 항암효과가 탁월하다는 연구결과 이후 효모를 정제한 제품이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사진 체코관광청]

효모에 대한 팁 하나. 요즘 빵효모가 뜨고 있다. 약리적인 효과를 주장하기 때문이다. 효모 세포는 고등 세포에 속해 동식물 세포와 거의 구조와 기능이 비슷하다. 동물 세포(고기)와 같이 영양 측면에서도 우수하다. 그래서 맥주 공장에서 나오는 효모를 건조해 과립이나 정(錠)으로 만들어 사람에게 먹인다. 이게 바로 원기소다. 다른 이름으로도 나온다. 그러나 효모는 외부에 세포벽이 있어 상처가 나지 않은 세포는 소화가 잘되지 않아 대부분 똥으로 배설된다.

또 하나. 요즈음은 빵효모에 베타글루칸이 많아 항암효과가 탁월하다고 선전한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전에 나왔다. 영지, 상황버섯이 암에 좋다는 것이 바로 베타글루칸(glucan)에서 비롯됐다. 글루칸이란 포도당(glucose)으로 이루어진 탄수화물(다당)을 총칭하는 말이다. 전분도, 셀룰로스(섬유소)도 일종의 글루칸이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글루칸은 특수한 종류로 포도당이 베타결합으로 이루어진 다당 종류를 말한다. 빵 효모의 세포벽에는 베타글루칸이 많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또 이 다당이 실험 결과 항암작용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 이후 관심의 대상이 됐다. 효모로부터 정제한 제품이 시판 중이다. 미국의 모기업이 생산을 시작했고 이제는 너도나도 이에 동승해 붐이 일고 있다. 믿거나 말거나 수준인데도.

주장은 이렇다. 혈액 속으로 흡수된 용성 다당인 베타글루칸이 체내 면역 세포를 자극해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한단다. 자세히는 NK(natural killer)세포, 대식세포(macrophage), 호중구 등을 자극해 병원균이나 암세포를 죽인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아직 인체에 대한 임상시험이 충분하지 않아 그 효능은 미지수다. 시험관이나 동물실험의 결과가 인체에는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너무 큰 기대는 금물이다. 좋다는 논문이 나오고 어떤 전문가가 언론에 퍼뜨려 일파만파로 효능이 과대포장 된 경우에 해당한다. 그 좋다던 버섯이 항암효과가 탁월했다면 암이 완치되고 사망률이 줄어야 하는데 아직 그런 통계는 들어보지 못했다.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leeth@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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