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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인증만 붙여도 값 껑충… 유기농 너무 믿지말자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15)

주부들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유기농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 앞에서 문 열기를 기다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주부들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유기농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 앞에서 문 열기를 기다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요즈음 웰빙붐을 타고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친환경, 유기농, 발효, 효소, 천연, 자연이라는 단어에 열광한다. 유기는 좋고 무기는 나쁘다는 인식이 강하다. 유기 농산물이 일반 농산물보다 건강에 좋고 영양 측면에서도 우수할 것으로 짐작한다.

유기농이란 축산이나 작물 재배 때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농약과 화학비료는 ‘생명체로부터 생성된 물질’인 유기물이 아닌 인간이 인위적으로 합성한 무기물질이다. 이들을 과잉 사용했을 때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분명하지만 덮어놓고 거부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

요소 비료, 인체에 유해하지 않아

우리 입에 들어오는 먹거리가 잔류농약이나 화학비료, 항생제 범벅이라면 얼마나 찜찜하겠는가. 그래서 다소 비싼 값을 감수하더라도 유기 농산물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 화학비료로 쓰이는 유안이나 요소 등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 우리 몸에 많은 양이 존재하는 질소(N)를 베이스로 한 것이다.

그것도 토양에 뿌리기 때문에 먹거리에 묻어올 가능성도 적다. 또 미생물에 의해 쉽게 분해되어서 잔존기간이 아주 짧다. 소비자들 사이에 인기가 있는 수경재배에는 이들 비료 질소 등 무기물이 필수 영양소로 반드시 첨가된다.

잔류농약도 때론 문제가 되는데, 이는 농약을 살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출하했을 때 발생한다. 대부분 농약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없어진다. 잔류기간이 길고 미생물에 의해 분해가 잘 안 되는 농약은 허가 자체가 나지 않는다.

야채 잔류농약 검사. 잔류농약은 농약을 살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출하했을 때 발생한다. 대부분 농약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없어진다. [중앙포토]

야채 잔류농약 검사. 잔류농약은 농약을 살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출하했을 때 발생한다. 대부분 농약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없어진다. [중앙포토]

농산물 시장 등 공식적인 유통시장에는 공무원이 상주해 잔류농약을 검사하고 있으니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유기농이나 친환경농법에서는 인체에 유해한 독초를 물로 우려내 살포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농약보다 독성이 낮다고도 볼 수 없다.

육류와 우유 같은 축산물의 잔류 항생제도 우려의 대상이다. 가축의 질병을 막는다며 항생제를 과다 투여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서다. 하지만 항생제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배설되어 없어진다. 사람도 항생제를 먹고 2∼3일 지나면 체내에서 모두 빠져나간다. 가축이라고 다를 바 없다. 다만 출하 직전에 투여하는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유기농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건 맞지만 우리나라의 농축산업의 현실을 고려할 때 유일한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대부분 비닐하우스에서 자연농법이 아닌 인위적으로 키우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청정지역이나 산간오지를 제외하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다. 화학비료를 대체할 유기질소원(거름)을 확보하는 것 역시 농가로서는 수월하지 않다. 그래서 농약과 화학비료를 뿌리고도 유기농으로 둔갑시켜 유통하는 양심 불량의 소지가 생기는 것이다.

요즈음 유통과정이 투명하게 관리되면서 일반농의 신뢰도가 높아진 데다 영양 측면에서도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니 짝퉁 유기농에 속아 비싼 값을 치르느니 일반 농산물을 잘 씻어 먹는 게 속 편한 일이다.

일본에선 유기농 인기 내리막길

소비자 입장에서 유기농이 다소 안전한 것은 사실이나 재배 농민의 양심에 기대야 하고 일반 야채보다 2~3배 높은 가격이 부담스럽다. [중앙포토]

소비자 입장에서 유기농이 다소 안전한 것은 사실이나 재배 농민의 양심에 기대야 하고 일반 야채보다 2~3배 높은 가격이 부담스럽다. [중앙포토]

유기농이 다소 안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재배 농민의 양심이 문제고 2~3배 하는 가격이 부담스럽다. 농약을 살포하고 화학비료를 사용하고서도 유기농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허다해서다. 한때 미국에 이어 일본에 유기농이 대유행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붐이 쇠퇴일로에 있다. 농사꾼의 농간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통질서가 안정되면서 일반농의 신뢰가 높아진 탓도 있다. 영양 측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것도 그 한 이유다.

한편 농가에 친환경 인증제란 제도가 있다. 1년 정도 농약을 치지 않고 있다가 토양의 성분을 분석해 지자체에 신청해 허가를 받으면 보조금도 나오고 비싼 가격에 농산물도 팔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꼼수가 동원된다. 지자체에는 친환경인증을 심사해 허가하는 담당 부서가 있는데, 이를 악용해 중간 브로커가 농민을 부추겨 대신 신청하고 단지조성비나 자재비를 가로챘다는 보도도 있었다.

담당 부서도 인증받기를 독려하고 실적을 가장하기도 한다. 농민 자신은 신청하지도 않았는데 인증서가 나오는가 하면 영농일지를 대신 작성해준다는 것이다. 분석기관, 인증기관이 보조금을 농민과 분배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우수친환경 지자체의 포상 실적 올리기 경쟁으로 농민을 범법자로 만드는 공무원도 없지 않다는 소문이다. 공무원이 농민·분석기관·인증기관과 짜고 무늬만 친환경단지를 조성해 실적을 올리는 데 급급하다는 것이다.

보조비 정산서는 전체 농민의 도장을 보관하고 있는 이장이 대신 찍어 일괄적으로 가짜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기도 했단다. 전국에는 이런 단지가 수없이 많아 우리의 세금이 소리 없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소문이다. 이젠 유기농을 무턱대고 좋아하지 말자.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르면서.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leeth@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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