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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제문화의 청산을 위하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예술의 표현행위는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와 상상력에 기초를 둔 창의성에 의해 마땅히 보장받아야함에도 불구하고, 일제하의 문화말살정책과 해방후의 독재권력에 의해 때로는 꺾여지고 때로는 투옥되며 때로는 이단시까지 되어왔다.
민주화의 물결이 한껏 넘쳤던 지난 한해동안만 해도 각계 각층의 변화는 실로 눈부신바 있었지만 지금껏 관 주도형 순응주의에 익숙해져왔던 문화예술계 단체에서는 이렇다할 변화의 조짐이 없었던 터였다.
이러한 때, 1천2백여 회원의 서명을 받아 4백여 명이 참석하여 문학·미술·연극·영화·무용등 각분야를 망라한 예술인들이 민간수도형 예술단체를 결성했음은 크게 환영할만한 일이다.
「민예총」의 창립을 환영하고 앞으로의 활동에 기대를 거는데는 다음과 감은 이유와 전제조건에서 출발한다.
먼저 문화예술 단체는 원칙적으로 복수화 되어야 한다. 예술행위 자체가 고독한 개인의 외로운 투쟁이듯 10명의 예술가는 10개의 예술단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풍토여야 하며 극단적인 의미에서 예술가에겐 단체가 필요 없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어온 우리네 상황 속에서 금제에 대한 반작용이 예술가 등의 단체를 자생화 시킨 것이다.
관 주도형 단체에 대한 민간주도형 예술가 단체라는 대립개념으로서의 예술가단체는, 민주화의 정상적 흐름에 따라 순응주의적 체질에서 다양한 목소리, 다양한 스타일의 예술형대로 변모되는 새로운 의미의 예술단체로 바뀌어져야 한다.
「예술인증」을 위한 예총이 아니라 예술창작의 권익옹호, 자유로운 예술품토의 배양을 위한 예술단체로서의 변모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인 것이다.
예술가 개개인의 창작행위는 「배타적」인 독창성을 획득해야 하지만, 예술가들의 권익옹호단체는 다른 모든 단체에 대해 관용적이어야 하는 이원성이 있어야 한다.
이 말은 「민예총」이 「예총」에 대해 우위성을 가져야 한다든지, 제2, 제3의 민예총이 생겨남에 대해 배타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예술단체는 예술가의 권익옹호에 그 뜻이 있는 것이지 단체간의 헤게모니 투쟁에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화의 물결에 휩쓸려 서로의 정통성·도덕성만을 고집하는 파벌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예술단체의 관용성을 강조하지 앉을 수 없다.
문화 예술단체 본연의 자세는 작가·예술가의 창작행위의 자율성 확보에 주력하는데 있다. 「금지」와 「규제」만으로 일관해온 관치 문화에서 벗어나, 부르지 못할 노래가 없는 자유로운 창작풍토에로의 개선에 모든 예술단체들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금제에 대한 반 금제운동이 고착화됨으로써 새로운 울타리가 쳐지고 그것이 새로운 금제의 기능을 할 소지가 없도록 모든 문화예술인은 노력해야할 것이다.
상상적·정서적 문화만이 모든 문화가 될 수 없듯이 민족·민중 예술만이 전체 문화의 흐름일 수는 없다. 집단의 문화가 소수의 예술창작 행위를 억압할 때 그것은 새로운 금제문화를 만드는 법이다.
따라서 민예총 창립의 계기를 맞아 지금까지의 획일적·타율적 단순화 예술참작 행위에서 벗어나 민주적·자율적 다양화 목소리의 새로운 예술문화 시대가 열릴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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