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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근육 모방한 '인공근육' 개발...동물실험 대체로 윤리문제 해결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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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사망한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앓았던 루게릭병과 같은 근육질병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동물실험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동물실험은 늘상 윤리적인 논쟁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또 동물 실험에는 성공적이었지만, 인간에겐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다.

2016년 4월 12일 뉴욕에서 스티븐 호킹 케임브리지대 물리학 박사. 호킹은 21살 때부터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루게릭병)'을 앓는 바람에 휠체어에 의지하며 생활했다. 루게릭병 치료를 위해 현재는 동물실험이 이용되고 있지만, 실제 환자에서 나타나는 결과와 실험결과가 달라 대체 실험법이 절실한 상황이다. [로이터=연합뉴스]

2016년 4월 12일 뉴욕에서 스티븐 호킹 케임브리지대 물리학 박사. 호킹은 21살 때부터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루게릭병)'을 앓는 바람에 휠체어에 의지하며 생활했다. 루게릭병 치료를 위해 현재는 동물실험이 이용되고 있지만, 실제 환자에서 나타나는 결과와 실험결과가 달라 대체 실험법이 절실한 상황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동물 실험에 의존하지 않고도 루게릭병을 비롯한 근육 질병의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포항공대(POSTECH) 기계공학과 조동우ㆍ김동성 교수,  최영진 박사와 한국기술교육대 박성제 교수 공동연구팀은 16일, 기존 인공근육 조직보다 최대 2배 이상 인간의 근육과 유사한 '체외 근육조직'을 재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지난 12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머터리얼즈 케미스트리(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근육 세포 한 방향으로 정렬된 인간의 근육...최대한 비슷하도록 '기판' 제작  

포항공대(POSTECH) 기계공학과 조동우ㆍ김동성 교수ㆍ최영진 박사와 한국기술교육대 박성제 교수 공동연구팀이 포항 방사광가속기 X-선 리소그래피 기술과 근육 세포의 세포외기질을 사용해 인간의 몸 속 근육과 종전 기술보다 최대 2배 이상 유사한 체외 근육조직을 재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인체 근육과 비슷하게 한 방향으로 선명히 정렬된 초록색 근섬유조직이 보인다. [사진 뉴시스]

포항공대(POSTECH) 기계공학과 조동우ㆍ김동성 교수ㆍ최영진 박사와 한국기술교육대 박성제 교수 공동연구팀이 포항 방사광가속기 X-선 리소그래피 기술과 근육 세포의 세포외기질을 사용해 인간의 몸 속 근육과 종전 기술보다 최대 2배 이상 유사한 체외 근육조직을 재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인체 근육과 비슷하게 한 방향으로 선명히 정렬된 초록색 근섬유조직이 보인다. [사진 뉴시스]

연구진은 체외 근육이 신체 밖에서도 최대한 인간의 근육과 비슷하게 자랄 수 있도록 '세포배양기판'을 먼저 제작했다. 인간의 몸 속 근육은 근육 세포가 한 쪽 방향으로 나란히 정렬된 것이 특징인데, 기존의 세포배양접시를 이용하는 방식으로는 재현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원하는 모양의 금속을 만들 수 있도록 '주물'을 먼저 제작하는 것과 비슷한 작업이다.

새로운 세포배양기판 제작에는 포항방사광 가속기 'X-선 리소그래피' 기술이 사용됐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여 다양한 파장과 광도의 빛을 생산하는 ‘빛 공장’이다.

POSTECH이 지난 1994년 1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설치한 `포항방사광가속기` 시설. 전자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여 다양한 종류의 빛을 만들어낸다. [중앙포토]

POSTECH이 지난 1994년 1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설치한 `포항방사광가속기` 시설. 전자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여 다양한 종류의 빛을 만들어낸다. [중앙포토]

이 빛 공장에서 만들어진 고에너지의 X-선을 이용해 수십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부드러운 물결무늬를 가진 세포배양기판을 제작했다. 기판에 새겨진 물결 무늬가 실제 사람의 골격근 형태와 비슷해, 근육 세포가 한 방향으로 정렬된 형태로 자라도록 유도한 것이 핵심이다.

근육 잘 자라도록 기판 위 '세포외기질' 코팅...체내와 유사한 환경 조성

이렇게 만들어진 기판 위에는 사람의 근육 조직에서 추출한 '세포외기질'을 코팅했다. 근육 세포가 실제 인간의 몸속처럼 인식하도록 성장 조건을 만들어준 것이다. 그 결과 근육의 성장을 돕는 각종 물질과 중요 단백질들이 생성되는 것을 확인했는데, 이것이 근세포의 생존율을 높이고, 실제 체내의 근육 세포와 유사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근세포 배양을 통해, 체외에서 인공근육을 재생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그간 윤리ㆍ효과의 문제가 제기돼 왔던 동물실험에 논란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화장품 기업 '러시'가 동물실험에 반대하기 위해 만든 포스터. [중앙포토]

근세포 배양을 통해, 체외에서 인공근육을 재생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그간 윤리ㆍ효과의 문제가 제기돼 왔던 동물실험에 논란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화장품 기업 '러시'가 동물실험에 반대하기 위해 만든 포스터. [중앙포토]

연구를 진행한 조동우 교수는 "체내 근육과 더욱 비슷한 인공 근육 재생기술을 확보했다" 며 "신약개발ㆍ바이오닉스 기술 개발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체외 테스트 플랫폼'으로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 인공적으로 근육을 만들 수 있도록 사람과 흡사한 미세 환경을 구축한 데도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진은 또 신경·근육과 같은 복합 조직에 대한 재생을 통해, 여전히 미지의 영역인 생각-신경-근육-움직임 간 신호 전달 방법 및 체계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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