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남북 24시간 소통시대 개막…공동연락사무소 오늘 개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남북이 한지붕 아래 24시간 소통하는 남북공동가 14일 개성공단에서 개소했다. 소장은 남측에선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북측에선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위원장이 맡는다. 북한은 개소식 당일 아침까지 소장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전날까지도 “준비가 완료되지 않았다”고만 알려왔었다.

北이 개소 당일 발표한 소장은 전종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북측 소장을 맡은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북측 소장을 맡은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연락사무소 현장에서 진행된 개소식엔 남측에선 조명균 통일부 장관, 소장인 천 차관을 비롯해 청와대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 등 54명의 인원이 참석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개소식 기념사에서 “연락사무소는 남과 북이 함께 만든 평화의 상징”이라며 “오늘부터 남과 북은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ㆍ번영에 관한 사안들을 24시간 365일 직접 협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북측에선 개소식에 조 장관의 카운터파트인 이선권 조평통 위원장 등이 나왔다. 이선권 위원장은 개소식 축사에서 연락사무소 개소에 대해 “북남 관계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빠른 시간 내에 허심탄회하게 론의(논의)하고 필요한 대책을 강구해나갈 수 있게 됐으며 (중략) 조선(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향해 큰 보폭을 내짚을(내디딜) 수 있게 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다음주인 18~20일에 평양에서 개최 예정인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남(남북) 수뇌부들의 력사적(역사적)인 평양상봉과 회담을 앞두고 연락사무소를 개설하게 된 것은 더욱 뜻깊다”고도 덧붙였다. 조명균 장관과 이선권 위원장은 기념사와 축사 이후 공동 구성·운영에 관한 합의서에도 서명했다.

청와대는 이날 김의겸 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고 연락사무소 개소를 환영했다. 김 대변인은 "조금 누그러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위태로운 급물살이 흐르는 한반도에서 남북을 잇는 튼실한 다리가 놓인 느낌"이라며 "오순도순 살아가는 모습이 한반도 전체로 확대되는 날을 기대해본다"고 밝혔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남측 소장을 맡은 천해성 통일부 차관. [연합뉴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남측 소장을 맡은 천해성 통일부 차관. [연합뉴스]

남북공동의 개성 설치는 4ㆍ27 남북 정상회담의 판문점선언에 명시된 것으로, 남북간 합의 후 약 140일 만에 이뤄졌다. 남측 인원의 상주에 필요한 경유 등 일부 반입 물품이 유엔의 대북 제재 물품에 포함되면서 곡절을 겪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해 결의 2270호를 통과시키면서 경유 등 ‘특정 분야 제재(sectoral ban)’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경유 등의 대북 반입을 문제 삼아 연락사무소 개소에 난색을 표했었고, 개소 시점은 8월 중에서 9월로 연기됐다.

그러나 최근 북ㆍ미 교착 타개 모색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다는 게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부 당국자는 “연락사무소의 경우 반입되는 물자들은 남측 인원의 생활을 위해 쓰인다는 점을 들어 설득을 해왔다”고 전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이 개소 하루 전인 13일 정례브리핑에서 “남북공동 개소와 관련해 미국 측에 충분히 취지를 설명해왔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14일 개소한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전경. [통일부 제공]

14일 개소한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전경. [통일부 제공]

남북 양측이 상주하는 공동가 설치된 것은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광복절 경축사에서 “앞으로 상호 대표부로 발전하게 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도 사상 최초로 설치하게 되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락사무소는 개성공단 부지 4층 건물에 마련됐으며, 인근엔 상주 인원 숙소도 별도로 꾸려졌다. 사무소 2층은 남측, 4층은 북측 인원들이 사용하며 남북 간 협의는 3층에서 진행한다. 남측에선 약 30명의 인원이 숙식을 해결한다. 남북 양측 소장은 상주하지는 않고 주 1회 만나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통일부는 전했다. 남측에선 김창수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상주하며 부소장 역할을 맡는다. 북측에선 15~20명의 인원인 상주할 것이라고 통일부는 전했다.

오는 14일 오전 개소하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의 숙소 모습. 연락사무소의 정규 업무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지만 남북은 근무 시간 외에 발생하는 긴급한 문제 처리를 위해 비상 연락수단을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통일부 제공]

오는 14일 오전 개소하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의 숙소 모습. 연락사무소의 정규 업무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지만 남북은 근무 시간 외에 발생하는 긴급한 문제 처리를 위해 비상 연락수단을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통일부 제공]

이날 개소식엔 개성공단 기업인들도 초청받아 참석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기자들에게 “(공단 폐쇄 이후 첫 방문이라) 착잡하다”며 “개성공단 재개가 언제될 지 모르는 마당에 반가운 마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가보긴 하지만 언제 다시 들어갈 수 있을지 착잡하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개성공단 재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개성공단 재개와 남북공동와는 기본적으로 관련이 없다”며 “(공단 재개는) 국제사회와 공조 틀 속에서 풀어나가야 될 문제”라고 말했다.

남북 양측은 개소식 직후인 이날 11시30분부터 약 12분간 연락사무소 3층 회의실에서 남북 소장간 1차 회의를 열었다. 회의 결과에 대해 천 차관은 기자들에게 "상견례와 덕담을 나누고 같이 힘을 모아 운영하자는 각오를 얘기했다"고 말했다. 북측의 소장 휘하 진용이 아직 갖춰지지 않을 것과 관련해 천 차관은 "북측이 (정권수립일인 9·9절) 내부 큰 행사 마치고 다음 주 (남북 정상회담) 큰 행사가 있어서 겨를이 없다"며 "적절하게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천 차관은 카운터파트인 북측 전종수 소장에 대해 "(그간 남북 회담 및 행사 등에서 만난) 인연이 있다"며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는 정신에 따라 (중략) 잘 해나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남북공동의 첫 주요 임무는 다음주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와 관련될 것으로 보인다. 천 차관은 "정상회담 후 후속조치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연락사무소가 맡은 바 본연의 임무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진·위문희 기자, 개성=공동취재단 chun.s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