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디자인 말고 '뒤'자인 ! … 눈에 잘 안 띄는 곳까지 고급스럽게 만들기 바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등잔 밑도 디자인한다."

요즘 전자업계에서 유행하는 말이다. '등잔'으로 비유되는 제품 앞면보다 뒤.바닥 등의 디자인에 업체들이 공들이는 것을 뜻한다. 최근 출시된 TV.휴대전화.카메라 중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을 특이하게 만든 제품이 많다. 와인 잔 모양의 TV 받침대나 앞.뒷면에 다른 색을 입힌 휴대전화 등이 그 예다. 디자인을 차별화해 판매량을 늘리고 국내외 후발업체들의 모방을 막겠다는 게 업체들의 속셈이다.

LG전자는 받침대를 도자기.원 모양으로 만든 컴퓨터 모니터 '플래트론 판타지 시리즈'를 17일 내놓았다. "고객이 첫눈에 반하는 제품을 만들자"는 이 회사 김쌍수 부회장의 지론에 따라 화면 아랫 부분까지 신경썼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가 올 초 출시한 홈씨어터 'XH-CW9659TA'는 제품 뒤에 복잡한 전선이 없다. 무선 기능을 넣어 뒷면을 단순하게 디자인했다. 이 회사 심재진 DDM디자인연구소장은 "소비자들이 전자기기를 인테리어 용품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제품의 뒷모습과 옆모습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선보인 LCD TV '보르도'는 TV 받침대를 와인 잔 모양으로 만들었다. 받침대가 좌우로 움직여 TV 화면을 옆으로 돌려서 볼 수도 있다. 이 제품은 출시 후 한 달간 국내에서 1만5000대가 팔렸다. 이 회사의 TV 제품 가운데 한 달 판매량 기록을 세웠다. 삼성전자의 이응렬 디자인기획그룹장은 "디자인 차별화를 고민하다 보니 기존에 소홀하던 부분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올 하반기 내놓을 예정인 레이저 프린터 'CLP 300'은 제품 뒷면에 들어가는 토너를 알록달록한 색으로 치장했다. 이 제품은 독특한 뒷모습으로 올 초 독일 '레드닷 디자인상'을 받았다.

휴대전화도 비슷한 트렌드다. 지난달 선보인 팬택계열의 슬라이드형 휴대전화 스카이 'IM-S100'는 제품 앞.뒷면의 색깔이 다르다. 단말기 앞은 회색, 뒤는 검은색이다. 삼성테크윈의 디지털카메라 '#11'은 위에서 봤을 때 카메라 본체가 물결처럼 꺾여 있다. 이 회사의 안지훈 과장은 "카메라가 손에 편안하게 잡히도록 물결 모양으로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디자인 사각(死角)지대'를 없앤 제품인 만큼 기존 제품보다 값이 10~20% 비싼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 부품을 활용하지 못하고 비싼 소재를 쓰기 때문에 제조원가가 오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디자인은 제품 만족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그만큼 더 비싸게 받을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홍주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