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민 산업부 기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9/12/3e8483be-34a1-4d41-8d33-dbffd3198be2.jpg)
윤정민 산업부 기자
10년 전, 옥탑방에 살았다. 학교 근처 낡은 4층 건물이었다. 옥탑방은 조립식 건물이었다. 지붕도 벽도 부실했다. 여름엔 햇빛에, 겨울엔 한기에 너무 쉽게 뚫렸다. 주방 겸 베란다에선 종종 바퀴벌레가 쏟아져 나왔다. 집안엔 가구라고 할 만한 것도, 놓을 공간도 없었다.
5년 전, 취업한 뒤 한동안 고시텔에 살았다. 고시텔은 그냥 고시텔이었다. 종일 집에 있던 주말엔 스트레스가 평일보다 컸다. 치킨 한 마리를 시켜 영화를 보는 ‘소확행’도 쉽지 않았다. 음식을 올릴 곳이 마땅찮았다. 침대 위에 양념을 흘리기라도 하면 거대한 분노가 밀려왔다.
지금은 몇 년간 모은 돈에 대출을 얹어 작은 오피스텔에 산다. 큰 창 2개가 있고, 바퀴벌레는 3년간 한 번 봤다. 엘리베이터도 있고, 방에 책상과 밥상과 TV도 함께 있다. 옥탑방과 고시텔엔 들이지 못했던 많은 가구와 물건을 두고 산다.
그러나 옥탑방과 고시텔엔 있었지만, 지금은 없는 게 있다. ‘적당한 집’에 대한 희망이다. 10년 전과 5년 전, 부동산은 너무 먼 단어였고 그만큼 무지했다. 취업하고 돈을 벌고 차곡차곡 모으면, 어느 순간 가족들과 그럭저럭 살만한 집을 갖게 될 거라 생각했다. 이제 적당히 살만한 집에 대한 꿈은 조금씩 사라졌다.
특별히 상황이 더 나쁜 것도 아니다. 물려받은 재산만 없을 뿐, 취업이 늦었던 것도 아니고, 또래 평균에 비춰 볼 때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월급을 꼬박꼬박 받고 있다. 그냥저냥 사는 것이다. 부러움을 살 정도로 떵떵거리며 살고 싶은 욕심도 없는 편이다.
그런데도 일터에서 멀리 떨어진, 지은 지 20년 넘은, 60㎡ 이하로 범위를 넓혀봐도 마땅히 살만한 곳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계산해보니 지금처럼 돈을 모으면 회사와 멀지 않은 곳에 ‘괜찮은 집’을 사기까지 50년 이상, 출퇴근에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의 ‘적당한 집’도 20년은 넘게 걸린다. 저축을 늘리고 더 낡고 좁은 집을 찾아도 수십 년이다. 그동안 집값은 내 월급보다 더 많이 오를 것이며, 싼 집을 찾아 회사를 옮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물려받은 것 없는 내 또래 대부분이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선 국가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정부도 평균 이상의 임금을 받아 꼬박 10년 이상 모아도 적당히 살만한 거주공간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비정상적이라고 여긴다면, 이젠 바로 잡아야 한다. 노력을 해도 안 된다면, 그건 정부의 무능이라고밖에 할 수가 없다. 이전 모든 정부가 그랬듯. 더는 무능한 정부가 늘지 않았으면 한다.
윤정민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