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다' 문자 보낸 광동한방병원 이사장…검찰 조사 도중 투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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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동제약 CI. [사진 광동제약 홈페이지]

광동제약 CI. [사진 광동제약 홈페이지]

‘광고비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이강남(60) 광동한방병원 이사장이 11일 검찰 조사를 받다 서울 서초동의 12층 건물에서 투신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2시간 정도 조사를 받다 오후 5시 30분쯤 외부에서 식사하겠다며 검찰청 밖으로 나갔다”며 “이 이사장으로부터 ‘죽고 싶다’는 문자를 받은 변호사가 놀라서 급히 검찰에 알렸고 7시 30분쯤 투신한 현장을 발견해 곧장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말했다.

변호사의 연락을 받은 검찰과 경찰은 오후 7시부터 이 이사장을 찾아 서초동 일대를 수색했다고 한다. 오후 7시 22분쯤 검찰청사에서 약 400m 떨어진 서초동의 한 빌딩 주변에서 '쾅' 소리가 들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신고를 토대로 이 이사장의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추적하며 수색하다가 투신 현장을 발견했다.

이 이사장이 이송된 병원 관계자는 “발견 당시에는 의식이 있었고 말도 할 수 있는 상태였다”며 “고층에서 투신했지만 빌딩에 있던 아크릴 지붕 등 장애물에 걸린 뒤 땅에 떨어져 투신으로 인한 충격이 완화됐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광동한방병원은 광동제약이 설립한 곳이다. 한방의 임상적 약효를 규명하고 과학화를 추진하기 위해 설립했다. 이 이사장은 2013년부터 약 3년간 광동제약에서 근무하며 특정 광고대행업체에 광고 일감을 몰아주고 리베이트 명목으로 10억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과 현금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이날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광동제약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이동식저장장치(USB) 등을 분석해 이 이사장을 포함 관련자들의 혐의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 이사장 외에 광동제약 소속의 또 다른 현직 임원도 광고비 리베이트 과정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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