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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등골휘는 서민…고금리 카드빚 늘고 빚 못 갚는 중소기업 급증

중앙일보

입력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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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모(49) 씨는 최근 카드론을 통해 500만원을 대출했다. 아들의 2학기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7~8월 무더위에 식당 영업 이익은 저조했고, 이미 은행권 대출은 꽉 채워 받은 상태라 추가 대출이 어려웠다. 박 씨는 “카드론이 금리도 높고, 자주 쓰면 신용에 좋지 않다는 것도 알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상반기 카드론 20조8509억원, 지난해 대비 16.7%↑ #불황+은행권 대출 제한…"고금리 알지만 대안 없어"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지난달보다 0.1%포인트 올라

박 씨처럼, 불황에 급전이 필요해 카드론을 이용한 사람들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카드사가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카드 등 BC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 카드사의 상반기 카드론 취급액은 20조850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7조8630억원)에 비해 16.7% 급증했다. 2017년 상반기 카드론 취급 실적이 2016년 상반기 대비 2.8%(4859억원)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단기간 큰 폭으로 증가한 셈이다.

불황으로 서민 생계가 팍팍해진 데다가 은행 대출까지 제한되면서, 생계비나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카드론으로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들어 새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등 은행권에 대출규제가 강화되거나 신설됐다.

직장인 김모(34) 씨는 “신혼집 전세 대출을 받았지만, 대출 규제가 강화돼 필요한 만큼의 돈을 은행권에서 다 받지는 못했다”며 “결국 모자란 돈은 카드론을 통해 대출받았다”고 말했다.

카드사의 자구 노력도 카드론 취급액을 증가시키는 데 일조했다. 정부의 연이은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 결정으로 수익성이 악화하자 카드론 영업을 통해 메우려 한 것이다. 8개 전업 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966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1.9%(4524억원) 감소했다.

고금리 빚은 늘어나는데,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들이 은행권 대출을 제때 못 갚는 비율도 증가했다.

이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 연체율은 7월 말 0.58%로 한 달 전보다 0.10%포인트 상승했다. 중소기업 대출에는 자영업자 대출도 포함되지만, 이번 연체율 상승에는 조선·자동차 분야의 불황이 1·2차 협력업체로까지 번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금감원 측은 “선박과 자동차 부품 제조업 영위 업체를 중심으로 신규 연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가계대출 연체율도 7월 말 0.27%로 전월 대비 0.02%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동기 대비로도 0.01%포인트 높다.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가계신용대출 등의 연체율도 0.44%로 전월 대비 0.04%포인트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19%로 전월 대비나 전년 동기 대비 같은 수준이었다.

금감원 측은 “7월 말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의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만, 2014년 이후 하락추세이며 과거 같은 기간 대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향후 시장 금리 상승 등에 따른 연체 증가에 대비해 신규연체 발생 추이 등을 지속해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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