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대출, 여자는 자식에 낚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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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그 놈 목소리’가 잦아들기는 커녕 계속 커지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피해구제 신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까지의 피해액은 2631억원으로 지난해 1년간의 피해액(2431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올해 보이스피싱 피해 하루 10억 #60대 이상이 163억 … 작년 4.7배

올 상반기(1~6월) 피해 규모만 1802억원으로 지난해 1년간 피해액의 74.2%에 달했다. 금감원은 “상반기 기준으로 따지면 매일 116명의 피해자가 총 10억원(1인 평균 8600만원)씩의 피해를 당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상반기 중 보이스피싱에 이용돼 지급정지된 이른바 ‘대포통장’도 2만6851건으로 지난해 동기(2만1012건) 대비 27.8%(5839건) 증가했다.

형태별로는 대출빙자형이 70.7%, 사칭형이 29.3%이었다. 대출빙자형은 신규 또는 저금리 전환대출을 해주겠다고 접근해 수수료 또는 대출금을 편취하는 형태다. 사칭형은 검찰이나 경찰을 사칭하거나 자녀를 납치했다고 속여 돈을 송금하도록 하는 형태다.

대출빙자형은 남성 피해자의 비중이 59.1%로 여성(40.9%) 보다 더 컸고, 연령대별로는 40~50대의 피해가 67.2%로 가장 컸다. 반면 사칭형은 여성 피해자의 피해금액이 363억원으로 남성(152억원)의 2.4배에 달했다. 60대 이상 고령층 피해금액이 163억원으로 전년 동기(35억원) 대비 4.7배나 상승한 것도 주목할 만 했다.

금감원은 보이스피싱 피해를 줄이기 위해 민간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보이스피싱 전화 실시간 차단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전화를 걸어온 상대방의 음성 또는 통화내용을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로 실시간 분석해 보이스피싱 여부를 탐지하고 알리는 인공지능(AI) 앱을 만들기로 했다. 보이스피싱 앱을 설치해 사기범의 음성인 것으로 분석되면 즉시 통화가 차단된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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