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문학|사회주의 틀속 민족주의 강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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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월북작가의 8·15이전작품에 대한 정부의 7·19 해금조치 후 문학관계자들은 해금작가들의 8·15이후 작품 및 북한문학도 개방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북한문학 개방에 대한 이유로 그들은 단절된 반쪽문학사의 복원을 통한 통일문학사정립, 분단상황 극복을 위한 민족동질성 확인 등을 내세웠다. 이제 북한에서 기술한 문학통사가 출간되고 북한의 시·소설·옛날이야기 등 문학작품이 유입되는 등 북한문학이 원본 그대로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어 우리민족의 동질성 및 이념적 차이에 대한 공개적 연구의 장이 마련되고 있다.
이달 초 『실천문학』에서 특집으로 「북한문학작품선 」을 선보인 이래 북한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피바다』(『민중의 바다』로 제목을 바꿔 한마당에서 출간)를 비롯, 『낙랑별의 사냥』(『옛날이야기』로 제목을 바꿔 물결에서 출간)등의 북한문학 원본들이 출간됐다.
문학사 도서로는 『조선문학개관』I, Ⅱ가 인동·진달래·백의 등의 출판사에 의해 출간됐으며 『조선문학사』가 열사람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이밖에 북한의 70∼80년대 시·소설 등을 추린 『북한현대문학작품선』등이 곧 나올 예정으로 있어 앞으로 계속 북한문학이 소개될 것 같다.
『실천문학』의 「북한문학작품선」은 조기천의 장편서사시 『백두산』을 비룻, 리기영·리북명의 소설과 리찬 등 7명의 시를 싣고있다. 이 작품들은 45∼48년 사이, 즉 「해방공간」에 쓰여진 작품들로 해방된 기쁨과 사회주의 국가 건설에 대한 믿음과 열의에 찬 낭만적 혁명주의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북한사회과학원 언어문학연구소가 86년11월에 퍼낸 『조선문학개관』I,Ⅱ는 우리나라의 상고문학으로부터 1980년대 초반의 북한문학까지를 기술한 문학통사라는 점에서 그들의 문학관을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볼 수 있다.
『조선문학개관』은 머리말에서 『조선문학은 조선민중들의 생활과 투쟁을 진실하게 반영한 훌륭한 작품들을 수많이 창조하여 널리 명성을 떨쳤다』고 밝히고 있어 북한의 문학사의 기술관점이 사회주의 사실주의와 민족주의를 혼합한 주체성에 의거하고 있음을 드러내주고 있다.
문학의 시원에서부터 1910년 한일합방까지의 문학사에서 그들은 왕조를 중심으로 한 시대구분, 시대별 대표적 장르나 고전 등에서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는 크게 다르다.
그들은 고전작품을 당시의 시대상에서가 아니라 사회주의 리얼리즘 시각에서 재단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일제시대이후의 문학사는 우리와 완연히 다름을 볼 수 있다. 『조선 문학개관』은 『항일혁명문학이 탄생함으로써 조선문학은 진정한 민중의 문학, 참으로 혁명적인 노동계급의 문학으로 발전하였다』며 항일혁명문학 탄생을 문학사의 일대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일제시대는 분단이전의 상황임에도 불구, 그때부터 그들은 혁명문학을 강조, 우리와는 전혀 다른 문학사를 가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들은 해방 후 북한 사회의 목표에 맞게 문학사의 시대구분을 하며 문학이 거기에 복무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70년대 확고히 정립된 주체사상에 따라 사회주의적 내용을 민족적 형식에 담은 작품을 강조하고 있다.
『자기 나라의 실정, 자기 인민의 정서와 기호에 맞게 만든다』는 주체사상의 문예이론은 「혁명가의 전형창조」라는 목표에 따라 김일성·김정일을 그들이 말하는 「민족적 정서」로 다룬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김윤식 교수(서울대·문학평론가)는 『우리의 문학사기술의 관점은 민족주의·리얼리즘·모더니즘 등 세 가지 관점에 입각하고 있으나 북한은 사회주의리얼리즘에 민족주의를 결부시킨 주체사상에 입각하고 있다』며 『그들의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선 북한 사회의 기본틀에 대한 인식이 전제돼야한다』고 말했다.
즉 노동자의 세계관인 「인민성」과 지도이념으로서의 「당파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전제될 때 북한문학에 대한 이데울로기적 소심증에서 탈피, 통일문학적 관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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