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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메르스 접촉자 22명 격리 … 이달 21일이 고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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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3년 만에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 A씨(61)의 밀접 접촉자 22명이 격리된 가운데 A씨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입국한 24세 영국인 여성이 기침 등의 의심 증세를 보여 격리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비행기 탄 1명도 의심증세

9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 여성은 7일 A씨와 같은 아랍에미레이트항공 EK322편으로 입국한 뒤 기침·인후통·어지러움 등의 증세에다 발열(37.4도)을 호소해 국립중앙의료원 격리병동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이 여성은 두바이에서 지인 1명과 함께 입국했다. 보건당국은 이 여성의 메르스 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있으며 10일 새벽 결과가 나온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9일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2015년의 경험에서 우리는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위기 단계를 가장 낮은 ‘관심’에서 ‘주의’로 끌어올리고 중앙과 지방에 대책본부를 꾸려 총력 대응에 나섰다.

메르스 고비는 오는 21일이다. 확진 환자와 2m 이내에 접촉한 22명의 감염 여부가 판가름나는 시점이다. 메르스 바이러스 잠복기는 2~14일이다. 확진환자 A씨와 22명이 접촉한 시점이 7일이니까 21일 잠복기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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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은 22명을 자택에 격리하고 발열·기침·설사 등의 메르스 증세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A씨와 같은 비행기 승객 440여 명(외국인 115명 포함)도 전담 공무원을 지정해 밀접 접촉자처럼 감시할 방침이다.

A씨는 기침·가래·발열·설사·폐렴 등의 전형적인 메르스 증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공항 검역에서 설사를 앓은 적이 있다고 신고했다. 기침·가래·열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당시 체온은 36.3도였다.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A씨가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고열이 난 것으로 판단된다. 오후 8시37분에 체온이 38.3도로 올랐다”고 말했다. 공항 도착 후 약 4시간 만에 체온이 2도 올랐다. 흉부 X선 검사에서도 폐렴이 나타났다.

전병율(전 질병관리본부장) 차의과대 예방의학과 교수은 “메르스는 폐 아래 부위, 즉 하엽에서 발생한다. 가래가 심한 환자가 심한 기침을 해서 바이러스를 배출하고 근접한 사람이 감염되는데, 이번 환자는 호흡기 증세가 미약해 본인이 인지하지 못할 정도였다”며 “바이러스를 옮겼을 가능성이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밀접 접촉자 22명 중 가장 감염 우려가 큰 사람은 A씨의 부인과 리무진 택시 기사다. 항공기 동승객 440명은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다. 2015년 메르스 1번 환자의 아들이 감염 상태에서 중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갔지만 동승객 중 감염자가 없었다. 항공기의 공기 흐름이 감염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A씨는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 다만 화장실을 통해 옮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A씨가 입국해 서울대병원에 격리될 때까지 8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노출된 사람도 22명이며 다 파악돼 있다. 3년 전처럼 확산하지 않을 것”이라며 “밀접 접촉자 22명을 철저히 체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차의과대 전 교수는 “CCTV 등을 통해 밀접 접촉자를 더 찾아내고 이들의 상태를 체크해 매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승호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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