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조정국면에서 할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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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 경제의 올해 실적수치가 잡혔고 내년도 전망이 나왔다. 한은은 88년도GNP 추계수치를 발표했고 경제기획원은 「89년 주요 경제전망」을 내놓았다.
이를 종합하면 지난 3년 동안 두 자리 숫자의 고도성장을 해온 우리경제는 내년에 성장률이 한자리 숫자로 뚝 떨어진다. 한편 물가는 내년에도 안정적이고, 국제수지는 큰 폭의 혹자를 낸다.
올해의 경제평가와 내년도 경제전망을 하면서 정부는 지난 3년 연속 12%대의 성장을 해오던 경기는 오히려 파열이었으며 내년에는 조정국면에 접어들어 8%의 경제성장을 하게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리 경제의 겉모습은 올해나 내년에나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 외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속대용을 좀더 관찰하면 그렇지가 않다. 많은 경제의 질적 변화가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 경제는 성장 감속을 감수하고 질적 변화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분별하여 취사선택해야 하는 두 가지 큰 과제를 안게 된다.
누구나 경이적인 것으로 보는 12%의 성장률이 내년에 8%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와 함께 대 내외성장 제약요인들을 감안해보면 고도성장의 지속은 불가능한 것이다.
사리가 그렇다 해도 문체는 생긴다. 우리는 몇 년 동안 누려온 고도경기에 젖어 경기 감속에 따른 불안심리를 떨쳐 버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내년도 성장률이 적정한 것인 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민간경제가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정부는 이점에 유의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또 성장저하로 인한 실업문제가 심각히 대두될 것이므로 고용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한은의 올해 경제실적분석에 뚜렷이 나타났지만 우리 경제는 질적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우리경제가 무역환경의 악화와 원화절상에 따른 수출증가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내수부문의 성장에 힘입은바 컸다.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 내수부문의 성장기여도가 높은 것은 바람직스러운 것으로 경제의 큰 질적 변화에 해당한다. 경제의 대외의존도를 낮추고 자립도를 높이는 뜻에서 큰 의미가 있다.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외해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이 있어야겠다.
그러나 내수비중을 높이면서 자칫하다가는 과소비를 더욱 부채질할 우려가 많은 점은 경계를 요한다.
정부는 내년의 민간소비증가율을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으나 안이한 전망이 아닐지 모른다.
올해는 농림수산업이 성장에 큰 몫을 했으나 정부는 내년에 설비투자와 건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또 설비투자 증가율이 올해 9.7%에서 내년에는 12.0%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그렇게만 낙관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경제체질 강화와 공산품의 수급불균형에 따른 물가상승을 생각할 때 설비투자의 확대는 바람직하고 고무되어야 한다. 설비투자 중에도 첨단·혁신투자는 더욱 장려해야되고 정책적 뒷받침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조립해서 수출하는 수준의 공업구조를 기술면에서 튼튼히 가꾸어야되고 이런 일은 경기조정국면 때 할 일이라고 본다.
내년 경제의 변수는 수없이 많다. 노사분규·환율·통상마찰·사회적 갈등·정치상황 등이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경제성장속도가 저속으로 바뀌게 된 만큼 경제체질개선을 위해 이 기회를 선용하고 더욱 안정기반을 다지는 일에 역점을 두어야한다. 정부·기업·근로자들이 힘을 합치지 않고는 이 결실을 보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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