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안경현 "나도 타격왕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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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푼, 1리의 싸움. 타격왕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시즌 초반에는 이진영(SK)-정성훈(현대)의 23세 '동갑내기'라이벌전이었으나 지금은 5~6명의 혼전 양상으로 변했다.

지난 17일 현재 선두는 김동주(두산)다. 타율 0.340을 기록 중인 김동주는 체중 1백㎏의 거구로 역대 가장 '무거운'타격왕에 도전 중이다. 김동주는 시즌 중반까지 선두를 달렸던 이진영(SK.0.330)에게 0.01차로 앞서 있다. 그나마 2~6위까지의 격차와 비교하면 여유가 있는 편이다.

타격 2위 이진영, 3위 안경현(두산), 4위 김태균(한화)의 타율은 소수점 네자리에서 반올림해 0.330으로 똑같다. 5위 심정수(현대)와 6위 양준혁(삼성)도 반올림해 0.329로 같아 두터운 2위 그룹을 형성했다.

마지막 경기까지 가 봐야 1위가 결정될 올해 타격왕 레이스에서는 눈에 띄는 특징이 몇 가지 있다.

◇거포 타격왕=올해 타격왕 후보에는 거포가 많다. 심정수가 홈런 48개, 김동주는 23개를 치고 있다. 김태균은 28개, 양준혁은 27개다. 안경현이 가장 홈런 수가 적어 10개다.

과거에는 타격왕 후보들이 대부분 똑딱이 타법으로 무장한 기교파들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중장거리 타자들이 부쩍 힘을 내고 있다.

◇뉴 페이스=역대 네 차례나 타격왕에 올랐던 양준혁을 빼곤 타율 1~6위까지 선수들이 모두 타격왕에 처음 도전한다. 이 중 안경현은 프로 11년간 통산 타율이 0.264에 불과할 정도여서 이번의 타격왕 도전이 신기해 보일 정도다.

1992년 OB(두산의 전신)에 입단했고,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로 두산에 다시 남기로 한 안경현은 올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3할 타율을 기록 중이다.

1992년 당시 안경현을 스카우트했던 구경백 iTV 해설위원은 "변화구에 속지 않는 선구안과 경기 후 반드시 타격훈련으로 마무리하는 성실함이 프로 12년 만에 성공신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막판 뒤집기=김태균은 최근 여섯 경기에서 타율 0.571을 기록하는 등 후반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팀도 하위권에 처져 있어 상대 투수의 견제도 심하지 않다.

역대 타격왕 경쟁에서 가장 간발의 차로 승부가 났던 것은 90년 한대화(당시 해태)가 0.3349로 2위 이강돈(빙그레.0.3348)을 1모 차로 제쳤을 때였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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