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흰 천을 씌운 기차로 미 대륙을 횡단하는 '움직이는 드로잉' 프로젝트로 유명한 설치미술가 전수천씨가 4일 오전 별세했다. 71세. 전북 정읍 출신인 고인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를 졸업하고 학업을 포기했다가 뒤늦게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입대해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 군대에서 모은 돈으로 일본 유학을 떠나 무사시노 미술대 회화과를 수료하고, 와코대 예술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프랫대 대학원을 다녔다.
4일 향년 71세로 별세 #2005년 '움직이는 드로잉' 프로젝트 실천
1989년 서울올림픽 1주년 기념 한강 수상 드로잉전에 참여하면서 이름을 널리 알렸고, 1993년 대전엑스포 상징 조형물인 '비상의 공간'을 만들었다. 1995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다.
2005년 미술계의 주목을 받은 '움직이는 드로잉' 프로젝트는 땅을 거대한 캔버스, 열차를 붓으로 삼은 퍼포먼스였다. 한민족을 상징하는 흰 선이 미 동부에서 서부에 걸친 광활한 대지를 캔버스 삼아 긴 선묘를 그리며 7박 8일간 달리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당시 15량에 예술인과 스태프 등 수 십명을 태운 기차는 워싱턴DC-시카고-세인트루이스-가든시티-앨버커키-그랜드캐니언을 거쳐 21일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했다.
고인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과 동시에 미술원 교수로 임용돼 2011년까지 학생들을 가르쳤고, 한예종에서 퇴임한 뒤에는 전주에 창작예술학교 AA(Art Adapter)를 세웠다.
고인은 지난해 12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여러 차례 수술을 받으며 투병해왔다. 유족으로는 부인 한미경 씨가 있다. 빈소는 전주 전북대 장례식장이며, 발인은 6일 오전 8시. 063-250-1443.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