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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황금종려상 무명 감독들을 기다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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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알모도바르 감독의 ‘귀향’,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마리 앙투아네트’, 그리고 개막작으로 상영되는 론 하워드 감독의 ‘다빈치 코드’.(아래 왼쪽부터)

◆아메리카 대륙 신예 약진=칸영화제는 레드 카펫을 빛내는 할리우드 스타들을 포함해 그동안에도 미국 영화를 꾸준히 배려해 왔다. 특히 올해는 경쟁부문에 처음 진출하는 젊은 미국 감독이 세 명이나 된다. 대표적 인물이 개막 전부터 프랑스 현지 언론의 남다른 주목을 받고 있는 시대극 '마리 앙투아네트'의 소피아 코폴라다. 아버지 프랜시스 코폴라가 이미 '지옥의 묵시록'(1979년)과 '컨버세이션'(74년)으로 두 차례나 황금종려상을 탔던 터라 부녀(父女)수상의 진기록이 올해 칸에서 세워질지도 화젯거리다.

미국 독립영화계에서 기반을 다져 온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작품 두 편을 동시에 공식 초청받았다. 패스트 푸드의 폐해를 고발하는 '패스트 푸드 패스트 네이션'은 경쟁부문에, 미래의 감시통제사회를 그린 '스캐너 다크리'는 '주목할 만한 시선'부문에 올랐다. 초청감독 중 30세로 가장 젊은 리처드 켈리 역시 국제영화제에 이름을 처음 올린 감독이다. 미국 사회의 미래상을 뮤지컬을 섞어 풍자적으로 그린 두 번째 장편'사우스 랜드'를 들고 왔다. 이들 영화는 모두 미국 사회를 비판적으로 조명한 것으로, 두 감독은 칸이 야심적으로 준비한 새 카드로 주목받고 있다.

멕시코 감독도 두 명이나 초청됐다. 이미 할리우드와 인연을 맺은 이력의 소유자들이다. 신작'판의 미로'로 초청된 기예르모 델 토로는 할리우드 영화'헬보이'를, '바벨'을 들고 오는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 역시 '21그램'을 만들었던 감독이다.

◆"유럽 강세, 아시아 약세"=이렇게 신예들이 약진하는 가운데도 이미 칸이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유럽의 대가들에 대한 대우는 변함없다. 영국의 켄 로치('보리를 흔드는 바람'), 이탈리아의 난니 모레티('카이만'), 핀란드의 아키 카우리스마키('황혼의 빛'), 스페인의 페드로 알모도바르('귀향')가 모두 신작을 들고 칸을 찾는다.

전체적으로도 유럽 영화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지역별로 보면 이들 외에 프랑스가 3편(니콜 가르시아의 '샤를리에 따르면', 브뤼노 뒤몽의 '플란더스', 크사비에 지아놀리의 '내가 가수였을 때'), 이탈리아(파올로 소렌티노의 '가족의 친구')와 영국(안드레아 아널드의'붉은 길')이 도합 2편씩, 그리고 포르투갈(페드로 코스타의 '마르샤 속 젊음')과 벨기에(루카스 벨보의 '가장 연약한 자의 이유')가 한 편씩이다.

리투아니아.헝가리.루마니아.러시아.폴란드 등 동유럽 영화는 '주목할 만한 시선'부문에 대거 초청됐다. 유럽영화의 강세는 각각 프랑스 감독협회와 비평가협회가 주관하는 '감독주간'과 '비평가주간'초청작에도 두드러진다.

반면 그동안 화려한 조명을 받았던 아시아 영화의 기세는 크게 수그러들었다. 총 20편의 경쟁부문 진출작 가운데 아시아 영화는 중국 로우 예 감독의 '여름궁전'한 편뿐이다. 대신 왕자웨이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배우 장쯔이가 심사위원을 맡은 정도가 아시아에 대한 배려로 보인다. 한국 영화로 공식초청된 것은 '주목할 만한 시선'부문에 진출한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가 유일하다. 7월 중 국내 개봉할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감독주간'에 초청받았다.

흥미로운 것은 단편 시절부터 칸이 '발굴'했다고 자부하는 감독들이 공식 경쟁부문에도 초청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일례로 프랑스의 크사비에 지아놀리는 경쟁부문 진출에 앞서 단편경쟁부문인'시네파운데이션'에서 최고상을 받으며 데뷔한 감독이다.

◆역사와 정치에 방점=초청작들의 내용을 살펴보면 키워드는 '역사와 정치'다. 경쟁부문에 초청된 알제리 출신 라시드 부샤레 감독의 '영광의 날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북아프리카 병사들의 얘기를 다루고, 난니 모레티의 '카이만'은 이탈리아 정치인이자 미디어 재벌인 베를루스코니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앞서 소개한 북미지역 신예 감독들의 초청작도 대체로 이 범주에 속한다.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이탈리아 감독 미로 칼로프레스티의 다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탈출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칸=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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