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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토끼 의자, 피노키오 깔때기… 익숙한 물건이 디자인 입고 새롭게 다가왔다

중앙일보

입력

'루나파크전展: 더 디자인 아일랜드'를 방문한 추연우(왼쪽)·최찬이 소중 학생모델이 래빗 체어에 앉아 있다.

'루나파크전展: 더 디자인 아일랜드'를 방문한 추연우(왼쪽)·최찬이 소중 학생모델이 래빗 체어에 앉아 있다.

체험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전시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엄격하고 조용하게 전시를 관람해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이런 정적인 전시 공간에 놀이공원이 들어왔다면 믿기시나요. 추연우·최찬이 소중 학생모델이 ‘루나파크展: 더 디자인 아일랜드’를 방문해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어요. 전시장 입구에서 김찬용 전시해설가를 만나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여러분, 입구를 보면 무슨 모양인지 알겠어요?” 찬이가 “사람 얼굴이요”라고 답했습니다. “맞아요. 사람들이 보통 모르고 그냥 들어가는데 전시 총감독인 스테파노 지오반노니라는 디자이너가 이번 전시를 위해 만든 ‘루나’라는 캐릭터예요.” 들어가는 입구가 루나의 입이 되는 거고, 입속으로 들어가 목구멍을 타고 쭉 들어가서 루나 몸속으로 들어가면 루나가 꿈꾸는 상상의 디자인 동화세상을 만나게 되는 것이죠.

루나의 목구멍에서는 톡톡 튀는 디자인 작품과 세계 3대 산업디자이너로 꼽히는 스테파노 지오반노니의 인사가 담긴 영상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는 자신의 히트작을 비롯해 알레산드로 멘디니, 하이메 아욘, 에에로 아르니오 등 유명 산업디자이너 100인이 만든 가구와 소품 등 300여 점을 직접 선정했고, 놀이공원 콘셉트를 잡아 벽 색깔, 작품 위치 등을 모두 직접 정했어요.

그렇다면 두 친구가 알 만한 스테파노 지오반노니의 작품은 무엇이 있을까요. 김찬용 해설가가 아이패드로 한 장의 사진을 보여줬어요. “파리바게트에서 음료를 사 먹으면 이 일회용 컵에 담아주는 걸 봤을 거예요. 이걸 스테파노 아저씨가 만들었어요.” 벽면에 있는 토끼 모양의 ‘매직 버니’도 눈에 띄었죠. 흡사 마술사 모자 속에 숨어있는 토끼 같은 이 물건은 어디에 쓰는 걸까요. “아이스크림…” 연우가 조심스럽게 대답했어요. “그쵸. 저도 아이스크림 얼리는 건 줄 알았는데 이쑤시개 통이래요.” 의외의 얘기에 두 친구가 깜짝 놀랐죠. 화분 모양의 변기솔 디자인도 인상적이었어요. 보통 변기솔 하면 더럽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이 제품은 즐겁게 쓸 수 있을 것만 같았죠.

전시장은 놀이공원 콘셉트에 걸맞게 별도의 공간 분할 없이 하나의 큰 공간에 대형 오브제를 비롯한 작품들이 배치되어 있다.

전시장은 놀이공원 콘셉트에 걸맞게 별도의 공간 분할 없이 하나의 큰 공간에 대형 오브제를 비롯한 작품들이 배치되어 있다.

전시장에서는 다양한 모양의 소파를 만나볼 수도 있다.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의 입술 모양을 따서 만든 소파도 보인다.

전시장에서는 다양한 모양의 소파를 만나볼 수도 있다.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의 입술 모양을 따서 만든 소파도 보인다.

이제 루나의 몸 안으로 들어가 볼 시간입니다. 일반적인 미술관을 생각하고 들어간다면 놀랄 수도 있는데요. 별도의 공간 분할 없이 하나의 큰 공간에 5m 크기의 대형 오브제를 포함한 여러 작품들이 마치 놀이공원처럼 배치돼 있었습니다. 스테파노 지오반노니는 화살표 따라 다니면서 공부하는 전시 말고 내 마음대로 공원 산책하듯이 즐길 수 있는 전시를 만들고 싶어서 벽이 없는 공원으로 된 전시를 만들었다고 해요. 그가 바란 대로 작품 사이에서 신나게 뛰어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조금 전에 봤던 이쑤시개 통 ‘매직 버니’도 이곳에선 사람 키를 훌쩍 넘었어요. 동화 ‘이상한 나라 앨리스’나 영화 ‘앤트맨’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았습니다. 전시장의 가장자리에는 디자이너 혹은 기업별 디자인 특성에 따라 나뉘어진 작품들이 쇼윈도 형식으로 꾸며져 있었어요.

소금통과 숟가락이 달린 달걀컵 ‘치코’가 사람보다 더 커진 모습.

소금통과 숟가락이 달린 달걀컵 ‘치코’가 사람보다 더 커진 모습.

그중 스테파노 지오반노니가 만든 브랜드 퀴부가 있는 곳이 눈에 띄었어요. 전시장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래빗 체어가 있었거든요. 아이들은 토끼 등에 올라타서 앉고, 어른들은 토끼 귀를 등받이처럼 기대서 앉으며 얼핏 보면 조각 같기도 한 의자를 여러모로 사용했어요. “이 고릴라는 어디에 쓰는 물건 같아요?” 찬이는 “의자요”라고 얘기했습니다. ‘콩’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릴라는 손에 손전등을 들고 있었죠. “조명이에요. 껐다 켰다 할 수 있고 왼쪽 어깨에 관절이 있어서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죠.” 사실 이걸 보고 집에 놔두기엔 너무 크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스테파노 지오반노니는 기능이 뛰어난 건 당연하고 우리가 더 예쁘게 볼 수 있고 사용하는 사람도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는 게 더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피노키오를 닮은 이 장식은 ‘피노’라는 이름을 가진 깔때기다. 요리할 때 액체를 걸러내면 코가 점점 길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피노키오를 닮은 이 장식은 ‘피노’라는 이름을 가진 깔때기다. 요리할 때 액체를 걸러내면 코가 점점 길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벽면에 걸린 피노키오를 닮은 장식에도 시선이 가는데요. ‘피노’라는 이름을 가진 이 물건은 무엇일까요. 옷걸이 같기도 한 이 물건의 정체는 깔때기예요. “요리할 때 액체를 걸러내면 코가 점점 길어지는 것처럼 보이겠죠. 스테파노 아저씨는 어른들도 평소 요리하다가 웃게 되는 순간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면서 만들었어요.”

전시장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끈 스펀 체어에 앉아 봤다.

전시장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끈 스펀 체어에 앉아 봤다.

김충재 작가의 기하하적 코끼리 형태의 정글짐은 아이들이 직접 올라가 볼 수 있어 인기만점이었다.

김충재 작가의 기하하적 코끼리 형태의 정글짐은 아이들이 직접 올라가 볼 수 있어 인기만점이었다.

전시장에서 가장 인기를 끈 제품은 토마스 헤더윅이 만든 스펀 체어였어요. 팽이처럼 돌아가는 의자에 앉으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활짝 웃었죠. 마침 빈 의자가 보여 두 친구도 체험해 봤습니다. 연우가 먼저 앉아봤어요. “앉아서 뒤로 기대보면 넘어질 것 같아도 절대 안 넘어져요. 놀이기구 타는 기분이 들 거예요.” 두 친구의 얼굴에서 그 어느 때보다 밝은 미소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팽이 의자의 매력에 푹 빠졌던 시간이었어요. 이때 찬이가 조용히 “김충재는 어딨어요?”라고 물어봤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웹툰 작가 ‘기안84’의 학교 후배로 이름을 알린 디자이너 김충재 작가의 작품도 전시가 됐는데요. 기하학적 코끼리 형태의 정글짐을 선보였는데 아이들이 직접 올라가 볼 수 있어 인기였죠.

철망 조각을 활용해 만든 분홍색 해파리 작품 앞에서 김찬용 전시해설가의 설명을 듣고 있는 학생모델들.

철망 조각을 활용해 만든 분홍색 해파리 작품 앞에서 김찬용 전시해설가의 설명을 듣고 있는 학생모델들.

스테파노 지오반노니는 ‘래빗 체어’와 커다란 보름달로 어린 시절의 동심을 자극하는 달토끼를 만들었다.

스테파노 지오반노니는 ‘래빗 체어’와 커다란 보름달로 어린 시절의 동심을 자극하는 달토끼를 만들었다.

(왼쪽부터)추연우·최찬이 소중 학생모델, 김찬용 전시해설가가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부터)추연우·최찬이 소중 학생모델, 김찬용 전시해설가가 기념촬영을 했다.

이번 전시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작품들 때문에 인생샷을 남기기에 제격이었는데요. 마지막으로 김찬용 해설가가 포토 스팟 두 군데를 소개해줬습니다. 우선 철망 조각을 활용해 만든 분홍색 해파리 작품은 사진을 찍으면 꼭 거대한 아쿠아리움 안에 들어온 느낌을 줄 수 있어요. 또 하나는 래빗 체어와 달이 전시된 공간 ‘달토끼’인데요. 전설 속에 내려오는 달에 사는 토끼를 만나고 있는 기분이 드는 곳이죠. 두 친구에게 어떤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드는지 물어봤습니다. 연우는 “다 마음에 들지만 팽이 의자가 신기했어요”라고 말했고, 찬이는 “토끼 의자가 사고 싶었어요”라고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어요. 그 후로도 연우와 찬이는 자유롭게 구경하면서 의자에 앉아보며, 사진도 찍는 등 한참 동안 놀이공원에서 즐겼습니다.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동행취재=추연우(화성 청계초 5)·최찬이(서울 하늘초 5) 학생모델,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주)인터파크

학생기자 취재 후기

토끼모양 의자, 신기한 우산꽂이 등 상상하지도 못한 기발한 디자인들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우리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 창의적이고 새롭게 만들어져 구경하는 내내 신기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디자이너들이 존경스럽고 대단한 것 같았어요. 디자인에 관심 있거나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전시를 원하는 친구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어요.

추연우(화성 청계초 5) 학생모델

입구에 들어서자 마치 알록달록 동화 속 놀이공원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유명한 작품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신기했고 이런 전시를 만든 스테파노 지오반노니 디자이너가 대단해 보였습니다. 사람보다 더 큰 고릴라 같은 작품들은 어떻게 운반하는지도 궁금했죠. 벽에 있는 커다란 레고판과 귀여운 래빗 체어는 내 방에 갖다 놓고 싶을 만큼 쏙 마음에 들었어요.

최찬이(서울 하늘초 5) 학생모델

‘루나파크展: 더 디자인 아일랜드’

기간 11월 6일까지
장소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M배움터 디자인전시관
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관람 종료 40분 전 입장 마감) 연중무휴
입장료 성인 15000원, 청소년 11000원, 어린이 9000원
문의 02-6004-7720, 6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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