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처 장관 "초단명"|정책 일관성에 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과기처 장관이 너무 자주 바뀌어 일관성 있는 과학기술 정책의 수행이 어렵고 장관자리가 정치에 오염되고 있다는 불만까지 일어나고 있다.
지난 3년 10개월 동안 6명의 과기처장관이 바뀌었다. 평균 재임기간은 9개월.
이 같은 장관의 잦은 교체는 67년 과기처가 설립된 이래 김기형씨가 4년 2개월, 최형섭씨가 7년 6개월 등 장기 재임하면서 과학기술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온 전통과 어긋나 부내 공무원들마저 흔들리게 하고있다.
단명 장관의 행진은 6대 김성진 장관(현 한국전산원장)부터 시작됐다.
김 장관은 85년 2월 19일 임명돼 10개월 남짓 자리를 지켰으며 다음 전학제 장관(현 과학기술원장)은 8개월을 못 넘겼다.
정치인이기도 한 이태섭 장관(현 민정당 의원)은 11개월을 채우지 못했다.
비교적 장수하리라 예상했던 이관 장관도 9개월 10일만에 물러났다.
이 같은 장관의 잦은 교체는 1∼2명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과학기술계는 불필요한 장관의 교체로 정책의 일관성이 없고 우선순위가 뒤바뀌는 등 혼선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즉 장관이 업무를 파악하고 정책을 시행할 만하면 바뀌어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일부 과학기술계 인사는 『최근 3∼4년간 과학기술행정이 체계 있게 운영되지 못한 것은 인사의 난맥도 한 요인이었다』며 『국가의 미래를 맡고있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라고 혹평하고 있다.
부내 공무원들의 어려움도 마찬가지.
과기처 K과장은 『도대체 적응하기가 힘들다. 사람이 바뀌면 그동안 벌여 놓은 것이 뒤죽박죽이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더욱이 성격이나 스타일이 판이한 장관이 올 경우 모든 것을 새롭게 준비해야하는 등 유형 무형의 변화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
이 때문에 업무가 지속성 있게 꾸준히 추진되지 못하고 흐지부지되는 수가 적지 않다.
실례로 김성진 장관의 대폭적 직제 개편, 이태섭 장관의 과학산업, 이관 장관의 기초과학 진흥 등이 마무리되지 못하고 일부는 서랍 속에 들어가 버렸다.
장기적으로 차분하게 진행되어야할 과학기술행정이 정치바람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과학기술계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