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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취업자 10명 중 4명 2025년엔 일 없어진다는데...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영재의 은퇴와 Jobs(27)

도서관 멀티미디어 자료실에서 한 학생이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다. 신인섭 기자

도서관 멀티미디어 자료실에서 한 학생이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다. 신인섭 기자

유명 자산관리 강사인 홍성호(52) 씨는 3년 전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표적인 사양직업으로 언급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인강(인터넷 강의)이 활성화하면 대부분의 오프라인 교육은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될 것이고, 따라서 오프라인 강사에 대한 수요는 상당폭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그 기사를 보니 경제와 관련된 지식이나 정보를 유튜브나 인강을 통해 학습하는 본인의 모습이 보였다. 또 인강 강사의 강의 내용도 너무나 훌륭했고, 강의 기법도 뛰어났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평소 출강하던 고객사의 담당자 이야기였다. 대표이사가 새로 부임을 했는데, 교육 프로그램을 보더니 “아니, 바쁜 현장직원을 왜 번거롭게 모이게 해서 교육을 하는 거야? 그냥 인터넷교육으로 대체하면 되잖아”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담당자가 생각해도 대표이사 말이 옳다고 느껴지더라는 것이다. 홍 씨는 요즘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앞으로 강사에 대한 수요가 어떻게 변할지 불안하기만 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표적인 사양직업으로 오프라인 강사가 언급됐다. 신인섭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표적인 사양직업으로 오프라인 강사가 언급됐다. 신인섭 기자

지난 26일 오은주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한 ‘4차 산업혁명 시대, 서울시 노동시장 진단과 대응 방향’에 따르면 서울 거주 취업자의 43%가 2025년에 인공지능, 로봇 등 신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큰 고위험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고위험 직종으로는 의류·신발·섬유·금속·식품 등에 종사하는 기능직과 기계조작직·판매직·청소직을 비롯한 노무직이 꼽혔다. 대부분의 중장년 반퇴세대가 종사하고 있는 직종이다.

지역별 저위험군/고위험군 취업자 비중(2015). [출처 서울연구원, 4차 산업혁명 시대, 서울시 노동시장 진단과 대응방향]

지역별 저위험군/고위험군 취업자 비중(2015). [출처 서울연구원, 4차 산업혁명 시대, 서울시 노동시장 진단과 대응방향]

2016 고령화연구패널 기초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중장년 취업자가 가장 많이 종사하는 직종은 단순노무직으로 나타났고 농림어업숙련근로자, 서비스근로자, 판매근로자 등이 뒤를 이었다. 위 보고서 결과대로면 2025년이면 대부분의 중장년 반퇴세대가 원치 않게 노동시장에서 퇴출당할 가능성이 높다.

취업자의 특성별 직업 분포. [자료 한국고용정보원, 2016 고령화연구패널(KLoSA) 기초분석보고서]

취업자의 특성별 직업 분포. [자료 한국고용정보원, 2016 고령화연구패널(KLoSA) 기초분석보고서]

고용노동부는 27일 경제장관회의에서 5060 ‘신중년’을 위한 일자리 사업을 대폭 확대하고, 이들의 적합직무에 채용하는 민간기업 고용장려금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신중년 일자리 확충방안을 발표했다. 60대 초반을 중심으로 고용률이 하락하는 상황을 고려한 정책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기 조치도 중요하지만 노도처럼 밀려오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앞으로 중장년 반퇴자들에게 적합한 직종을 개발하는 중·장기 계획도 필요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중장년 반퇴세대가 알아서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 본인에게 맞는 일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에 비해 정보도 부족하고, 적응력도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중장년 반퇴세대의 일자리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박영재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 tzang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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