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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 니코틴 살해' 가해자 부모의 첫마디 "만족하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혼여행 중 부인(19)에게 니코틴 원액을 주입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A(22)씨에게 30일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사진은 생전 피해자와 A씨가 신혼여행을 떠나기 전 찍은 사진. [사진 SBS '궁금한 이야기 Y']

신혼여행 중 부인(19)에게 니코틴 원액을 주입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A(22)씨에게 30일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사진은 생전 피해자와 A씨가 신혼여행을 떠나기 전 찍은 사진. [사진 SBS '궁금한 이야기 Y']

일본 오사카로 떠난 신혼여행에서 사망 보험금 1억 5000만원을 받아낼 목적으로 부인(19)에게 니코틴 원액을 주입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A(22)씨에게 30일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A씨 측은 “아내가 니코틴을 주입해 자살하는 것을 말리지 못했을 뿐 살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갓 성인이 된 동생을 떠나보낸 피해자의 친언니 B(23)씨는 그러나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판결 이후 가해자와 그의 부모가 보인 태도 때문이다.

B씨는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가해자 부모가 제 가족에게 와서 ‘만족하냐’고 묻더라”며 “너무 뻔뻔하게 이야기하니 어이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도 전혀 미안한 감정이 없다. 자기 가족에게만 미안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다음은 B씨와의 일문일답.

무기징역이 나왔는데 심경은.  
검사님이 사형을 구형하셨지만 저는 무기징역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무기징역은 예상했는데 가해자 쪽은 전혀 반성이란 게 없고 제 동생에 대한 미안함이 전혀 없었다. 반성문에도 전혀 미안한 감정이 없고, 자기 가족들한테만 미안하다고 하더라. 판결보다 그쪽 부모가 한 말 때문에 더 충격받았다.  
가해자 측은 어떻게 이야기 하나.  
공판 끝나자마자 가해자 가족들이 제 가족한테 와서 “만족하냐”고. 대뜸 그렇게 얘기하더라. 자기네들은 억울하다고. 너무 형이 많이 나온 것 같다며 항소할 거라고 했다. 그분들은 “너희 동생도 정상적인 아이가 아니지 않았냐”면서 제 동생이 평소 우울증을 앓았다는 가해자 주장을 밀고 나가더라. 또 감형을 받으려는 건지 변호사 주장처럼 “내 아들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저희 쪽에서도 무기징역이 아니라면 항소할 생각이었고, 무기징역이 나오면 그쪽에서 항소할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너무 뻔뻔하게 나오니 더 어이가 없었다. 저희 부모님은 이렇게까지 나올 줄 몰랐으니까 당황해서 듣고만 계시고, 저는 너무 화가 나더라. 그래서 “누가 쟤를 정신병자로 보냐. 멀쩡한 애다. 길가는 사람한테 붙잡고 물어보라”고 했다.  
가해자 측이 항소하면 법정 싸움이 더 길어질 텐데.  
아무래도 사랑하는 가족이 안 좋은 일을 당했는데 멀쩡할 수 없다. 저희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저는 공황장애가 오고 대인기피증이 왔었다. 하지만 솔직한 심정은 내 동생이 그렇게 안타까운 나이에 갔는데 감방에서 먹여주고 재워주는 것 아니냐. 가해자가 무기징역을 받든 뭘 받든 가족 입장에서는 마음이 풀어지지 않는다. 대법원까지 갈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나.
어떤 분들은 대법원까지 가더라도 무기징역이 유지될 거라고 말씀하시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이 사람이 나중에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최대한 많은 사람이 동생의 억울한 사연을 알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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