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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르포 학교밖 선생님 <7> 김해 용산초등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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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용산초등학교 학생들이 조경래 교수(左)에게 천연 염색을 배우고 있다. 김해=송봉근 기자

"'교수'선생님, 아빠께 드릴 술잔을 만들었는데요. 예쁘죠"(김지현양)

"제가 만든 고래도 좀 봐주세요."(조경문군)

"그래, 참 잘했어. 왕(王)자를 새겨서 더 멋있네."(신라대 김복경 교수)

9일 오후 경남 김해시 상동면 여차리 용산초등학교 야외학습장. 학교 뒤편 숲속에 마련된 30평 남짓한 공간이 찰흙 만들기를 하는 아이들의 재잘대는 소리로 소란스럽다. 4학년(20명)의 '조형 미술'시간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작품'을 지도'선생님'인 신라대 김복경(시각디자인) 교수와 김기수(제품디자인) 교수에게 앞다퉈 내보이며 품평을 기다린다. 신라대 교수 6명이 격주로 학교를 찾아와 4~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체험활동' 중 하나다.

송소희 양은 "공부하는 게 아니고 교수 선생님하고 노는 것 같아서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조경문군은 "매번 수업내용이 달라져 늘 이 시간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김복경 교수는 "아이들이 너무 재미있어 하고 좋아해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를 찾는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학교 건물 뒤 수돗가. "자, 이제 천을 꺼내 흔들면서 말려 보자." 빨간 고무장갑을 낀 6학년 학생 15명이 조경래(섬유공학) 교수의 말에 따라 쪽 염색 물에 담갔던 고무줄로 묶인 천을 꺼내 펼쳐든다. 녹색 얼룩무늬였던 천이 푸른색 계통의 쪽빛 천으로 바뀌면서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졌다.

신라대 IT.디자인대학 학장이면서 20년간 천연 염색을 연구한 전문가인 조 교수는 "천연 염색을 통해 아이들에게 자연의 중요성과 전통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여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라대 교수들이 진행하는 용산초 체험활동 수업은 올해로 3년째다. 학교 인근으로 이사와 살던 김상권(경제학) 교수가 "지역 학교 교육을 위해 도와줄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 다양한 전공의 동료 교수 5명을 끌어들인 것이다. 김 교수의 취지에 공감한 동료 교수들이 흔쾌히 응했다. 2004년 2학기부터 경제교실, 천연 염색, 조형미술.창작미술, 환경과 생활, 컴퓨터 응용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 봉사활동'이 시작됐다. 수업에 쓰이는 교구와 재료는 물론 교수들이 준비한다.

신라대 교수들의 체험활동을 포함한 이 학교의 특색교육활동은 학교 이미지를 탈바꿈시켰다. 2003년까지만 해도 전교생이 40명에 불과해 '폐교 위기'에 처했었지만 지금은 전교생이 126명으로 늘어난 '가고 싶은 학교'가 됐다.

김해=김남중 기자 <njkim@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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