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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다국적군 사단 지휘역할 맡아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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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한국 정부에 이라크 파병을 요청하면서 한국군이 다국적군 사단을 지휘하는 역할을 맡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리차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대표를 만나 “한국 부대가 이라크 파병 다국적군을 지휘·관리(control and manage)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맡아줬으면 좋겠다”며 “이런 내용을 지난 9월초 청와대측에 조용히 요청했다”고 말했다고 한나라당 박진 대변인이 전했다.

롤리스 부차관보는 파병 규모와 관련, “자체적으로 존속 가능한(self-sustaining) 규모로 여단과 사단 중간 정도가 좋겠다”고 말했다.그는 “그럴 경우 한국군은 ‘폴란드형 다국적 사단’을 모델 삼아 처음으로 분쟁지역에 파병된 외국군을 지휘·관리하는 경험과 책임을 맡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가 이라크 파병문제와 관련,한국 정부에 제시한 구체적 내용이 야당 대표의 방미외교활동을 통해 확인됨으로써 한국 정부가 파병과 관련된 여론 수렴을 함에 있어 판단근거가 되는 정보공개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롤리스 부차관보는 이어 한국의 파병 거부시 미2사단을 이라크로 차출할지 모른다는 보도에 대해 “완전히 부적절한(completely irrelevant) 이야기”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이에 대해 崔대표는 “파병 문제는 파병의 당위성과 규모·경비·역할, 그리고 유엔의 파병 결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 결정할 문제”라고 답했다.朴대변인은 “미국 정부는 다음달 21·2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그 직후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방한해 참석할 예정인 24·25일의 ‘한미연례안보협의회’ 때까지 파병 문제가 마무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상임위는 18일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는 국민여론을 수렴해 신중하게 대응해나간다”는 정부의 기본입장을 재확인했다.또 파병여부와 관계없이 이라크 현지정세등 제반상황을 소상히 파악하기 위해 24일 부터 8박9일간 민간전문가를 포함한 실무조사단을 이라크에 파견하기로 했다.라종일 국가 안보 보좌관은 회의후 “파병이 이라크 국민에게 어떤 결과와 이득을 가져오느냐는 점도 고려사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와관련,내주중 노무현 대통령과 고건 총리가 참석하는 안보관계 장관 회의가 열린다.

최훈 기자,워싱턴=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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