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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라더니 10㎜, 소나기라더니 300㎜···기상청 '8월의 굴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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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폭우로 범람한 중랑천. [독자 이지영씨 제공]

28일 오후 폭우로 범람한 중랑천. [독자 이지영씨 제공]

28일 서울 전역에 '물폭탄'이 터져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기상청의 '지각 경보'가 논란이 되고 있다. 태풍 '솔릭' 때 며칠 전부터 부산을 떨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어서 기상청 분석 능력에 대한 의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 전역에는 늦게 폭우가 쏟아지면서 차량 침수로 2명이 다치기도 하는 등 수도권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경기 고양에는 29일 오전까지 비가 내려 3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서울에는 지역에 따라 시간당 최대 70mm 이상의 비가 내렸다.

오후 9시쯤 중랑천이 범람하면서 도로 위 차량이 침수됐다는 신고가 노원소방서에 접수됐다. 침수된 차량에 갇힌 시민 2명은 익사 직전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동부간선도로 월릉교 부근에서 물에 잠긴 차량은 5대였지만 1대는 뒤늦게 발견되면서 미처 구조되지 못한 A씨(49)는 29일 오전 2시쯤 숨진 채로 발견됐다.

노원소방서 관계자는 “오후 9시에는 도로에 흙탕물이 3m 넘게 차오른 상황이었기 때문에 완전히 물에 잠긴 차량은 보지 못했다”면서 “예상치 못한 수준으로 폭우가 내리면서 피해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5시 38분쯤에는 서울 노원구 우이천이 갑자기 불어나면서 인근 산책로를 걷던 황모(55‧여)씨가 고립되기도 했다. 황씨는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구조됐다. 전국적으로 6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고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던 31명도 집이 물에 잠기면서 인근 마을회관이나 사우나 등으로 대피했다.

서울에 호우 경보가 내려진 시각은 오후 7시 40분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강우를 어느 정도 예측했지만 여름철에는 갑작스럽게 소나기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서울 내에서도 구역에 따라 100mm 이상 강우량 차이가 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지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된 28일 동작구 중앙대학교 인근에 가로수가 폭우로 쓰러져있다. [흑석지구대 제공]

서울지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된 28일 동작구 중앙대학교 인근에 가로수가 폭우로 쓰러져있다. [흑석지구대 제공]

태풍 ‘솔릭’의 한반도 상륙 며칠 전부터 대대적으로 대비하는 모양새를 보이던 기상청이 이번엔 조용했다. 서울시 등은 솔릭이 수도권에 영향을 미치기 하루 전인 22일 ‘안전 안내 문자’를 보냈다. 23일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찾아 “국가적 비상대비 태세를 유지해 총력 대응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태풍 솔릭은 제주도와 남부지방 일부에만 영향을 미쳤을 뿐 수도권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는 영향이 거의 없이 끝났다. “수도권을 강타할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24일 서울 내 모든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는 휴교했다. 이날 실제 서울의 강수량은 10mm 안팎을 기록했다. “태풍이 아닌 허풍”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29일 오전 9시 현재까지 경기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부터는 북쪽에서 형성된 비구름이 내려오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릴 예정이다. 기상청은 30일까지 최대 80mm의 비가 더 내릴 수 있으니 침수 피해에 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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