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가능성 원천 배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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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각의의결 안기부법 개정안 내용>
6공화국 출범 이후 계속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던 안기부의 기능 및 조직이 대폭 축소된다.
정부는 1일 안기부의 정치개입 및 수사권 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의 소지를 제거한 국가안전기획부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함으로써 안기부의 임무를 국내외 정보수집 및 순수대공 및 내란 등 정부전복사범수사에만 국한시켰다.
개정안은 또 안기부의 정치적 중립 의무규정 적용대상을 전직원으로 확대하고 위반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백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가중처벌규정을 신설해 정치적 중립을 법적으로 제도화했다.
정부가 이같은 안기부에 대한 개혁안을 마련한 것은 민주화추진이라는 6공화국의 정책이념에 발맞춘 것으로 볼 수 있는 한편, 과거 안기부가 정보기관으로서의 본연의 위상을 벗어나 무소부위의 권력남용을 저지른 과오를 시정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할 수 있다.
안기부는 지난 61년 전신인 중앙정보부로 창설될때부터 27년간 「정권안보」 의 전위대로서 국민위에 군림하면서 특정 정권을 위해 정치에 개입하거나 정치인·언론인등을 함부로 연행하는 등 수사권을 남용해 인권을 유린해 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같은 과오는 모두 법에 위배되거나 법의 근거 없이 활동한 결과다.
정부가 이번 법 개정안에서 정치적 중립규정을 강화시키고 수사권 대상에서 국가보안법7조의 시국사범을 제외시킨 것은 모두 이같은 과거의 잘못을 거울삼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마련한 이번 개혁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해 빛을 보게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야당측이 안기부의 직무범위 중 국내 보안정보, 안보관련범죄수사, 정보업무의 기획·조정 등을 삭제하여 해외정보 및 대북정보업무에만 국한시키고 안기부의 예산·결산을 공개토록하며 국회에 대한 증언·자료제출 거부를 할수 없도록 하는 개정안을 별도로 발의해 입법추진 중에 있기 때문이다.
야당측이 주장하는 것은 한마디로 안기부를 순수 해외 및 대북정보기관으로만 존속시키자는 것이다.
가장 논란이 있는 부분은 △국내정보수집의 한계 △수사권 △안기부예산공개.
정부측안은 국내보안정보수집은 안기부 범위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본다.
안기부측 주장은 국제화 시대에 있어 해외정보와 국내정보의 구분은 사실상 어렵고 현대의 첩보·테러활동 등은 국내외를 구분치 않고 광역화하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 북방정책의 추진등 공산권 개방정책에 따라 공산권과의 교류가 확대되면 국내외정보의 유기적이고 종합적인 수집 및 분석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는게 정부측 주장이다.
야당측은 만약 안기부가 「국내보안정보」를 수집할 경우 결국 국내의 보안정보뿐 아니라 정치정보까지 포함된다고 본다. 실제로 어디까지를 「보안정보」로 구분해야할지는 명확치 못한게 사실이다.
기술적으로 어디까지를 「해외정보」 로 하고 「국내정보」 는 무엇인지 정확하게 개념규정하기는 어렵다.
안기부측은 야당측의 예산공개요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기부측 주장은 국가정보기관의 특수성을 인정하면서 국가정보기관의 모든 것을 공개한다는 것은 비밀을 원칙으로 하는 정보기능의 마비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기부예산· 결산의 공개와 국회의 증언·자료제출 의무화는 곧 안기부의 정보활동내용을 모두 공개한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야당측이 이를 요구하는 것은 곧 정보수집업무의 완전공개를 뜻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보수집의 비밀이라는 원칙때문에 안기부활동을 은폐할수 있었던 사실을 시정하자는게 근본 취지다.
가장 논란이 되는 점은 수사권이다.
안기부측은 지금처럼 고도화된 정보수집업무의 특수성이나 대공업무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특수분야에 대한 수사권을 가져야 하고 이를 위한 전문요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수사권에 대해 야당측의 입장은 대단히 강경하다. 정보업무의 구분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대공수사」 가 지금까지처럼 정치나 인권문제에까지 확대될 가능성은 항상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야당측은 안기부가 정보수집에만 국한해도 충분히 그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여야간의 이같은 이견은 안기부의 기능을 어디까지로 제한할 것이냐는 문제다.
정부측은 안기부의 기능을 비정치적인 분야로 축소하기는 하되 가급적 현재의 기능을 그대로 보유하고 싶어하는 것이며 야당측은 과거 「어둠의 정치」의 공포를 완전 제거하자는 생각이다.
때문에 이 법의 개정에 있어서는 국가정보수집기능의 필요와 범위를 명확히 한다는, 보다 냉철한 접근자세가 정부나 야당 모두에 절실하다고 보여진다.
이번 정부의 안기부법 개정에서 안기부 업무의 정치적 중립화와 인권침해배제조항을 확실히 한 것은 그러한 과정에서의 중요한 진전이라고 봐야할 것이다.<이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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