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다음엔 뭐가 터질지 궁금하다고? 웹콘텐트에 힌트가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핑크퐁 동요와 율동을 활용한 주크박스 뮤지컬 '핑크퐁랜드-황금별을 찾아라'. [사진 스마트스터디]

핑크퐁 동요와 율동을 활용한 주크박스 뮤지컬 '핑크퐁랜드-황금별을 찾아라'. [사진 스마트스터디]

웹콘텐트의 활동 무대가 넓어지고 있다. 네이버TVㆍ유튜브 등 온라인으로 즐기던 동영상에서 출발한 콘텐트가 새로운 형태로 TV와 공연장, 해외까지 진출하는 중이다. 그동안 웹툰ㆍ웹소설이 드라마나 영화가 되는 경우는 많았지만, 웹드라마나 웹영상이 출발점인 사례는 흔치 않았다. 분량이 5~10분으로 짧은 데다, 기승전결의 서사 구조를 갖추지 않은 경우도 많아서다. 하지만 어린이ㆍ청소년을 포함한 젊은 세대가 TV보다 인터넷을 보는 데 익숙한 만큼, 이들을 겨냥한 작품도 늘고 있다.

디즈니를 꿈꾸는 핑크퐁 아빠, 스마트스터디

농악놀이를 하고 있는 핑크퐁 상어가족. [사진 스마트스터디]

농악놀이를 하고 있는 핑크퐁 상어가족. [사진 스마트스터디]

지난달 세 번째 시리즈를 시작한 핑크퐁 뮤지컬이 대표적이다. 뽀로로ㆍ타요ㆍ카봇 등의 캐릭터가 TV 애니메이션과 함께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끈 것과 달리 핑크퐁은 동요 영상 ‘상어가족’ 시리즈에서 출발했다. 이 시리즈가 누적 조회 수 17억 뷰를 돌파하는 등 폭발적 인기를 누리면서 영상에 삽입된 여우 캐릭터 핑크퐁도 유명해졌다. 뮤지컬은 지난해 1편 ‘핑크퐁과 상어가족’, 2편 ‘핑크퐁과 상어가족의 겨울나라’에 이어 지난달부터 ‘핑크퐁랜드-황금별을 찾아라’가 공연 중이다. 1편은 오는 9월 8~16일 말레이시아, 11월 2~4일 싱가포르 등 해외 공연을 앞두고 있다.

핑크퐁을 개발한 스마트스터디의 최정은 본부장은 “스토리 라인이 간단한 것이 되려 창의적 구성을 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캐릭터를 중심으로 단계별 미션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만들고, ‘상어가족’ 등 인기 동요와 율동을 곁들여 주크박스 뮤지컬로 재탄생시켰다. 최 본부장은 “핑크퐁은 초기부터 해외 채널을 함께 운영해 해외 인지도가 높은 것이 강점”이라며 “율동을 따라 하는 영상이 인도네시아ㆍ필리핀 등에서 크게 유행했기 때문에 해외투어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반기에 TV 애니메이션도 내놓을 예정이다.

핫한 드라마 모아 모아, 플레이리스트 

연극 '연애플레이리스트'는 원작 웹드라마처럼 일상에 가까운 무대로 꾸며진다. [사진 휴콘프로덕션]

연극 '연애플레이리스트'는 원작 웹드라마처럼 일상에 가까운 무대로 꾸며진다. [사진 휴콘프로덕션]

올가을 시즌3을 앞둔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이하 연플리)’도 지난 6월 연극으로 재탄생했다. 원작은 남사친과 여사친의 썸과 사랑의 경계를 다룬 내용으로 누적 조회 수 3억 뷰를 기록하며 웹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연극도 관객 평점 9.7점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가족공연 전문 기획사에서 일하다 지난해 말 휴콘프로덕션을 설립, 첫 작품으로 ‘연플리’를 택한 이상민 대표는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핑크퐁’ 등 온라인 키즈 콘텐트가 성공적으로 공연 시장에 자리 잡는 걸 보며 10~20대의 지지를 받는 웹드라마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며 “반응이 좋아 11월부터는 오픈런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플리’에 이어 지난달 시작한 ‘에이틴’도 흥행 가도에 올랐다. 두 웹드라마 모두 네이버웹툰ㆍ스노우가 공동출자한 제작사 플레이리스트가 만들었다. ‘에이틴’은 공개 한 달 반 만에 누적 조회 수 6000만을 달성하고, 아이돌그룹 세븐틴이 부른 OST 수록곡 ‘에이틴’이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등 파급력이 거세다. 플레이리스트 측은 “‘연플리’가 대학생 취향의 캠퍼스물이라면 ‘에이틴’은 중고생을 겨냥한 것이 주효했다”며 “웹드라마 최초로 OST를 만들고 연극을 제작한 만큼 앞으로도 콘텐트 다각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깨비도 마블이 될 수 있을까, 투니버스 

반대로 TV애니메이션의 인기를 바탕으로 웹드라마를 제작한 사례도 등장했다. 지난 2일 시작한 ‘기억, 하리‘가 그 주인공이다. 호러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 고스트볼 X의 탄생’이 지난 3월 4~13세 타깃 시청률 10.82%를 기록하며 투니버스 채널 최고 시청률로 종영하자 이를 외전 형태로 만든 것이다. 신비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 하리ㆍ두리 남매와 꼬마 도깨비 신비의 이야기를 다룬 원작은 4년 뒤 고등학교 1학년이 된 하리가 중심인 학원물로 재탄생했다. 지난달 시작해 매진을 이어가는 동명 뮤지컬이나 올여름 67만 관객이 관람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 금빛 도깨비와 비밀의 동굴’과 달리 도깨비는 아예 나오지 않는다.

‘신비아파트’ 시리즈를 이끈 CJ ENM 석종서 제작국장은 “미취학 아동이 주로 보는 기존 애니메이션과 달리 중고생 팬덤이 형성될 정도로 시청층이 넓었다”며 “호러 애니메이션이란 독특한 장르와 남자주인공 최강림 캐릭터가 인기를 견인했기 때문에 타깃 시청층에 맞춰 웹드라마를 만들면 소구력이 있을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신비아파트’를 좋아하는 청소년들은 뮤지컬도 반복 관람하는 등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신비아파트'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는 드물게 호러를 접목해 호평받았다.  [사진 CJ ENM]

'신비아파트'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는 드물게 호러를 접목해 호평받았다. [사진 CJ ENM]

이처럼 플랫폼의 경계를 허무는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개인방송을 TV에 접목했던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나 아이언맨부터 블랙 팬서까지 한데 모인 마블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처럼, 서사보다 캐릭터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익숙한 세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박기수 교수는 “이야기의 개방성이 커질수록 다른 장르와 접목이 쉬울뿐더러 수용자 역시 플랫폼을 오가며 콘텐트를 즐기는 것에서 더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해진 시간에 순서대로 콘텐트를 소비하는 방식이 무너지면서 나중에 등장한 콘텐트가 원작의 후광 효과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느슨한 연결고리만 있어도 이용자 스스로 이야기 조각을 찾아 나서는 것 자체를 즐긴다는 얘기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지금은 마블처럼 브랜드를 소비하는 시대라서, 지식인 캐릭터를 앞세운 tvN ‘어쩌다 어른’이나 ‘알쓸신잡’이 호응을 얻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며 “댓글뿐 아니라 실시간 채팅을 하며 콘텐트를 소비하기 때문에 캐릭터를 강화할수록 더 높은 몰입도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