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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법난」진상 밝히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불교계는 최근 들어 지난 80년10월27일 계엄군에 의해 승려·신도 5백여명이 연행되고 신
성한 법당이 유린된「10·27법난」의 진상을 밝히려는 움직임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불교계는 5공 비리가 하나하나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는 지금 사상 유례없는 종교탄압의 하나인 「10·27법난」의 진상도 명명백백하게 밝혀져 실추된 불교의 위상이 새로 정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교 조계종은 윤월하(전조계종총무원장·현통도사총림방장) 김서운(전조계종총무원장) 송월주(당시조계종총무원장·현금산사주지) 한월탄(법주사주지) 이혜성(중앙승가대학장) 등 스님과 신경림(시인) 여익구(전민중불교연합의장)등 교계인사들을 중심으로 지난 16일 「10·27법난 진상규명추진위원회」(대표 송월주)를 구성하고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법난의 책임자가 참회·사죄하고 진실을 해명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추진위원회는 앞으로 ▲법난의 직접 피해자라 진상규명추진에 참여하는 신행 단체들을 위원회에 수용하여 진상을 규명하고 ▲공청회를 열어 여론을 환기시키고 ▲5공 비리 특위가 이 문제들을 다루게하며 ▲진상규명이 순조롭지 않을 때는 승려와 신도를 망라한 범 불교 대회를 열어 진상을 밝혀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10·27법난은 당시 계엄당국이 「불교현실이 사이비승려와 폭력배들이 난무하는 비리지대가 되어있으며 아무런 자체정화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도저히 자력으로는 갱생할 힘이 없는 것으로 판단, 부득이 사회정화차원에서 조치한다」는 명분아래 전국사찰에 진입하여 승려를 연행하고 수사한 사건이다.
계엄군당국은 당시 조계종총무원장인 송월주스님 등 46명을 연행했으며 11월13일까지 승려·신도 1백53명을 수사기관으로 연행해 일부 스님에게는 혹독한 고문을 가했고 승려들이 2백억원을 부정 축재했다고 발표했다.
「10·27법난 진상규명추진위원회」는 법난 이후 계엄당국이 스님10명, 신도 7명을 형사입건하고 14억8천만원을 환수하는 등의 조치를 했는데 이는 전국 3천여 사찰에 군경이 난입하는 공포 분위기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며 불교 종단에 씌워졌던 이 같은 오명은 이제 벗겨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추진위원회는 또 계엄당국의 강압에 의해 소위 「대한불교정화중흥회의」가 구성되고 이어 독재정권에 예속적인 종단을 구성케하여 결과적으로 한국불교가 파행적으로 나가게되고 종단 내부 분규에 휩싸여 사회적 냉소를 받게 하는 원인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추진위원회는 「10·27법난」이 80년 봄 당시 조계종총무원을 중심으로 하여 일어났던 종단자주성회복·제도개혁의 움직임을 말살하기 위한 것이었고 불교계의 「전두환장군 대통령추대 지지성명」 거부에 대한 폭력 보복의 성격이 근저에 깔려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불교계는 법난 이후 84년10월27일 승려1백50여명이 조계사에 모여 규탄대회를 가졌고 85년10월에는 「10·27법난 자료집발간 및 진상규명촉구대회」를 열기도 했다.
86년 9월 해인사에서 불교자주성회복을 위한 승려대회를 열었고, 87년10월에는 진상규명을 위한 불교도 실천대회도 가졌다. 그러나 그 같은 움직임은 조계종단의 집행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음으로써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추진위원회는 앞으로 집행부를 각성시키고 재야권의 불교인을 규합하여 한국 불교사상 최대의 정신적 대학살이었고 국민들에게 불교에 대한 회의와 불신을 품게 한 「10·27법난」의 진상을 밝혀나가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임재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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