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4000년 전 마야인 벌목으로 인한 토양 파괴, 회복 불가능한 영향 미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훼손된 토양 1㎝가 재생성되는 데 100~1000년이 걸릴 수도 있다. 이는 암석이 풍화되고, 미생물이 돌아와 식물이 살 수 있게 되며 유기물질이 형성되는데 걸리는 시간의 '총합'이다. 토양은 공장에서 만들어낼 수 없는 재생 불가능한 자원이다"

약 4000년 전 마야 문명 당시 벌목으로 훼손한 토양이 아직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예일대학교 지질학 및 지구물리학과 ‘피터 더글라스 ’교수를 비롯한 국제 연구팀의 공동 연구 결과다.

지난 3일 촬영된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마야 유적지. 20일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게재된 국제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마야인들이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행한 벌목으로 인해 토양이 파괴됐고 이는 오늘날도 회복되기 어려운 수준이다. [AP=연합뉴스]

지난 3일 촬영된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마야 유적지. 20일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게재된 국제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마야인들이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행한 벌목으로 인해 토양이 파괴됐고 이는 오늘날도 회복되기 어려운 수준이다. [AP=연합뉴스]

이 연구는 20일(현지시간) 국제 과학전문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게재됐다. 마야인의 무분별한 벌목으로 인해 토양 내 탄소 함량이 심각하게 감소했고, 다시 나무를 심더라도 마야문명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 힘들다는 것이 연구의 골자다.

연구팀은 마야문명의 사례를 통해, 오늘날 아마존을 비롯한 열대우림에서 진행 중인 삼림파괴 행위 역시 회복되기 힘든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야인, 대규모 삼림 벌채 통해 토양 속 '탄소' 감소시켜

2015년 4월 촬영된 마야 유적의 일부. 문명을 형성하면서 행해진 삼림벌채로 인해, 토양 내 탄소 공급이 차단됐고, 이는 탄소-질소 비율을 파괴시켰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로이터=연합뉴스]

2015년 4월 촬영된 마야 유적의 일부. 문명을 형성하면서 행해진 삼림벌채로 인해, 토양 내 탄소 공급이 차단됐고, 이는 탄소-질소 비율을 파괴시켰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연구팀은 먼저 마야 문명이 존재했던 지역의 토양을 대상으로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을 실시했다. 오늘날 과테말라와 멕시코에 걸쳐있는 '마야 저지대'가 대상이었다. 이곳에 당시 있었던 호수의 침전물과 거대화석ㆍ식물의 표피 조직(MTTwax) 등을 조사해, 당시 토양의 탄소 함량을 추정했다.

그 결과, 당시 마야인들이 문명을 이루면서 대규모 삼림 벌채를 행했으며, 이로 인해 토양 속 탄소함량이 심각하게 감소했음을 알아냈다. 전문가들은 벌채로 토양 속 탄소가 유실되면 하천 퇴적물에 축적될 수 있는 만큼, 이를 통한 연대ㆍ탄소함량 추정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연구팀은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을 통해 마야 문명이 있었던 '마야 저지대'의 침전물과 토양ㆍ거대 화석 등을 조사했고, 이를 통해 당시 토양의 탄소 함량을 추정할 수 있었다. [AP=연합뉴스]

연구팀은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을 통해 마야 문명이 있었던 '마야 저지대'의 침전물과 토양ㆍ거대 화석 등을 조사했고, 이를 통해 당시 토양의 탄소 함량을 추정할 수 있었다. [AP=연합뉴스]

대구지방환경청 환경연구사 김록영 박사는 "유실돼 하천 바닥에 쌓인 침전물 속 방사성 탄소를 측정하거나, 당시의 꽃가루를 함유한 화석 등을 가지고 시대를 추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동식물 생존에 필수적인 토양 속 탄소...한 번 훼손되면 회복 힘들어

전문가들은 토양 속 탄소의 중요성에 대해 입을 모았다. 탄소와 질소 등 원소가 동식물의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촬영된 브라질의 한 옥수수 농장. 토양 내 탄소 함량과 일정한 탄소-질소비율(C/N율)은 농작물을 포함한 식물 성장의 필수적인 요건이다. [AP=연합뉴스]

지난 14일 촬영된 브라질의 한 옥수수 농장. 토양 내 탄소 함량과 일정한 탄소-질소비율(C/N율)은 농작물을 포함한 식물 성장의 필수적인 요건이다. [AP=연합뉴스]

전북대 생명공학부 오병택 교수는 “토양 내 미생물과 농작물을 비롯한 모든 식물은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한다"며 "흙 속에 일정 비율로 존재하는 탄소는 그 핵심 성분인 만큼, 식물을 성장하게 하고 이를 통해 동물 역시 에너지를 얻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공기 중 이산화탄소(CO2)를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들고, 그 뿌리와 낙엽이 토양에서 분해되면서 CO2가 토양 속에 유기물 형태로 집적된다"며 "비료 없이 농사가 잘되는 비옥한 토양은 탄소와 질소가 풍부한 특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을 담은 NASA의 인공위성 사진. 연구팀은 한 번 훼손된 토양은 회복이 불가능에 가까운 만큼, 아마존 등 열대우림의 훼손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중앙포토]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을 담은 NASA의 인공위성 사진. 연구팀은 한 번 훼손된 토양은 회복이 불가능에 가까운 만큼, 아마존 등 열대우림의 훼손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중앙포토]

이러한 탄소는 토양 속에서 질소와 일정 비율을 이뤄 동식물의 생명유지에 기여하고, 대기 중 탄소의 저장고 역할을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연구팀 역시 "지구상 탄소의 50%가 토양 속에 있고, 그중 30%는 열대우림 지역의 존재한다"고 밝혔다.

마야 문명 몰락과 스페인 침략으로 대지 사용 줄었지만 회복 힘들어 

연구팀에 따르면, 마야 문명이 쇠락한 1250년 전부터, 1100년 전 사이에 인구가 줄어들었고, 뒤이어 스페인의 유카탄 반도 정복으로 대지 사용이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훼손된 토양이 회복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규모 벌목으로 토양이 훼손되면, 미생물을 비롯한 흙 속 생태계 구성 자체가 파괴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삼림 벌채는 토양파괴에 큰 영향을 미친다. 토양의 탄소를 근거로 살아가는 식물과 미생물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진은 2009년 9월 촬영된 브라질 북부의 삼림 벌채 지역 [AP=연합뉴스]

삼림 벌채는 토양파괴에 큰 영향을 미친다. 토양의 탄소를 근거로 살아가는 식물과 미생물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진은 2009년 9월 촬영된 브라질 북부의 삼림 벌채 지역 [AP=연합뉴스]

오 교수는 "벌목으로 황폐해진 토양에서는, 미생물이 떠나버리기 때문에 황폐화ㆍ사막화가 진행된다"며 단순히 나무를 다시 심는 것만으로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박사 역시 "1cm의 토양 생태계를 재형성하는 데 100~1000년이 걸릴 수 있다"며 "탄소와 질소의 비율이 일정하게 유지돼야 식물이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는데(C/N율), 도시화로 탄소 공급이 차단되면 토양 내 미생물이 줄어들고, 그 결과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척박한 땅이 된다"고 밝혔다.

연구팀 역시 논문을 통해, 오늘날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열대우림 지역 파괴가 회복되기 힘든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